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내가 아버지니까, 그래도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하자 박준철씨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이사장은 그간 아버지의 채무를 수차례 변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모와 절연하는 과정을 인스타툰으로 연재하는 더블유(@w_sosothink) 작가도 부모가 자신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고 돌려막기를 해 23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부모로 인해 곤란을 겪는 자녀들이 있음에도 한국 사회에서 '부모', '혈연', '가족'은 마치 끊을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로 여겨지곤 한다. 부모와 절연한 자식에게는 '불효자'라는 손가락질이 돌아오고, '부모가 없으면 너는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말로 화해를 종용한다(관련기사: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https://omn.kr/28noc).

절연했지만 서류 정리는 불가능한 부모자식 관계

의료보험 피부양자 등록한 부모, '등재거부 신고' 가능

이런 '절대성' 때문인지 어렵게 부모와 절연하고 '탈가정'한 이후에도 자녀들은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가족으로 묶인다. 결국 부모와 절연한 자녀는 부모의 경제공동체로 간주돼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 빈곤을 겪게 된다.

는 6월 중순 가정폭력으로 부모와 절연하고 행정적으로도 단절을 시도한 청년 3명을 인터뷰했다.

나무(36)씨는 2019년부터 부모와 연락을 끊고 따로 살고 있다. 그는 부모로부터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랄 정도였다. 하지만 절연한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나무씨의 서류상 가족은 절연한 부모다. 기존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가족관계등록부는 부모-자녀 관계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모의 협박처럼 호적에서 파버리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삭제나 수정이 불가한 가족관계등록부는 절연한 자녀에게는 오히려 족쇄가 된다. 부모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서 언제든 자녀의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올 수 있다. 절연한 부모가 집주소 등 자녀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면 가정폭력을 증명하고 따로 가족관계등록부 열람 금지를 신청해야 한다. 나무씨는 가정폭력 상담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과거에 가정폭력이 있었음을 '증명' 받았지만 "그 전까지는 부모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라고 했다.

불안함을 호소하는 그에게 "상담사는 '지금 머무는 곳이 고시원이니 일단 이사를 해 주소를 옮기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조언"했다. 고시원도 나무씨에게는 엄연히 집이었는데 상담사는 일시적 거주지로 취급한 것이다. 절연이 아닌 일시적 가출로 여기는 이런 일은 반복됐다. 나무씨는 "생계 급여를 받으려면 부모의 허락이 필요해 (절연했으니) 못하겠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서류 동의를 받을 마음이 없으시냐'는 질문을 들었다. 내가 잠시 가출한 것처럼 취급하는 것 같더라"라면서 씁쓸해 했다.

어느 날 나무씨 앞으로 자신이 부모의 피부양자로 의료보험에 등록됐다는 우편 안내문이 날아들었다. 그는 즉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부모와 절연했음을 설명하면서 피부양자로 등재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는 '피부양자 등재 거부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절연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유로 인해 피부양자로 등재 거부를 할 수 있다.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으면 경제적으로 부모와 연관돼있다고 간주돼 기초생활수급자 등 자격이 되지 않는다.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부양포기각서 작성하고 통장 까고... 쉽지 않은 세대분리

부모와 절연한 당사자면서 절연 청년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혜미 작가는 "부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관련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 이 사람들에게는 돈이라는 보호막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 또한 절연 과정에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지만 부모의 재산 조회에 걸려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 급여 등 신청은 단독 세대주만 가능한데 우리나라 주민등록법상 단독 세대주가 되려면 만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30세 이전에는 결혼을 하거나 최저생계비 이상의 일정한 소득을 증명해야 단독 세대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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