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의라는 착각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내가 정의라는 착각

내가 정의라는 착각

9일 한 유튜브 채널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12번째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지목된 남성이 실제 가해자가 맞는지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캡처

조선시대 형법에 '천살(擅殺)'이라는 단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함부로 죽인다'이지만 법적 의미는 조금 다르다. 부모를 죽인 원수를 죽이는 행위처럼 사적 제재의 성격을 지닌 살인을 가리킨다. '천살'은 법을 무시한 행위라는 점에서 국가로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형벌은 국가가 독점하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상윤리를 중시한 조선에서 자식이 부모를 위해, 노비가 주인을 위해, 아내가 남편을 위해 복수할 목적으로 저지른 살인을 처벌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천살은 일반적인 살인보다 등급을 낮춰 처벌하는 것이 관례였다.

다산 정약용의 판례집 '흠흠신서'의 살인 사건에도 사적 제재에 해당하는 것이 적지 않다. 다산 역시 원칙적으로는 사적 제재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동기가 타당하면 폭넓게 용인했다. 정조도 마찬가지였다. 정조의 재판기록 '심리록'을 보면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자들을 감형 또는 석방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의살(義殺)', 즉 정당한 살인으로 간주하여 처벌은커녕 표창하기까지 했다. 충남 이산의 김계손 사건과 전남 강진의 김은애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계손은 아버지를 죽인 김수리봉을 1년간의 추적 끝에 찾아내어 칼로 찔렀다. 내장이 튀어나올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김수리봉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김수리봉은 이미 법의 판단을 받고 풀려난 사람이었다. 법을 무시한 김계손의 복수가 정당할 리 만무하다. 김은애는 자신이 음란하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노파를 열여덟 번이나 찔러 죽였다. 무고에 살인으로 대응한 김은애의 복수는 과도하다.

이처럼 김계손과 김은애의 복수가 정당한지는 의심스럽지만, 정조는 이들이 강상윤리를 바로 세웠다며 즉각 석방했다. 뿐만 아니라 김계손을 관직에 등용하고, 김은애를 열녀로 표창했다. 대중은 통쾌한 복수극에 열광했다. 하지만 사적 제재에 대한 관용은 법질서를 무너뜨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에게 돌아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사법 불신이 여기서 생겼다.

20년 전 일어난 밀양 집단 성폭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에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피해자가 직접 복수에 나서는 것도 안 될 일인데, 제3자가 복수를 명분으로 사적 제재에 나서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정의 구현'을 내세우지만 의도는 의심스럽다. 법의 판결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의 판결보다 복수극을 선호한다면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다.

내가 정의라는 착각

]

OTHER NEWS

24 minutes ago

코펜하겐에서 가장 핫한 패션 인플루언서의 집 #홈터뷰

24 minutes ago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24 minutes ago

바이든 아니라면 내가 있다…대안 '매그니피센트 7' 주목

24 minutes ago

그렇게 콩나물이라고 놀렸는데…갤럭시 버즈3, 결국 에어팟 디자인 따라간다

24 minutes ago

아일릿, 미국 빌보드도 ‘슈퍼 이끌림’···14주 차트인

24 minutes ago

'항공기 바꿔치기' 티웨이, 부메랑 맞나...피해 승객들, 소송 준비 [Y녹취록]

24 minutes ago

尹대통령 "왜 25만원만 주나 100억씩 주지…개념없이 방만재정"

24 minutes ago

시민단체, 안동농협 검찰수사 촉구…56억 두부공장 땅 매입·사과상자 비리 관련

24 minutes ago

아키에이지 中 서비스도 9월 종료

24 minutes ago

또 야구 예능! '찐팬구역' 가고 '야구대표자' 왔다..이종혁x지상렬 합류 [공식]

24 minutes ago

'국민 어머니' 배우 김미경, 정말 안타까운 비보 전해졌다

26 minutes ago

[머니S포토] 이복현 "PF 등 손쉬운 수익찾는 증권계 영업관행 바꿔야"

26 minutes ago

뉴진스, 美 빌보드 상위권 안착

31 minutes ago

[단독]'15명 사상' 운전자 아내 경찰에 "급발진이었다" 진술

31 minutes ago

어두운 밤에 5m 달하는 '왕뱀' 잡으려고 '맨손으로' 사투 벌인 남성

31 minutes ago

“일본행 단돈 9900원 부터”...이스타항공, 초대박 특가 항공권 푼다

31 minutes ago

메타, 메타버스 게임에 생성형 AI 도입한다

31 minutes ago

이찬원 ‘미스터트롯’ 당시 받았던 무시·괄시, 충격 고백(한끗차이)

31 minutes ago

김윤지, 12kg 찐 만삭 임산부의 '화려한 개인기'…D라인에 '물통 척'

31 minutes ago

넥슨표 루트슈터 '퍼스트 디센던트' 출격

31 minutes ago

배민 이끌던 우아한형제들 대표, 후임자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임

36 minutes ago

오늘부터 마트서 덩어리 치즈 ‘잘라서’ 살 수 있다

36 minutes ago

뇌에 칩 이식기술 경쟁…중국 칭화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대결하나

36 minutes ago

있지 유나, 명품 골반 돋보이는 세련된 파자마룩

43 minutes ago

‘대한항공카드 에디션2’ 출시… 마일리지 적립 및 혜택 업그레이드

43 minutes ago

창고43, 여름 한정 메뉴 ‘한우물육회’ 출시

43 minutes ago

[자막뉴스] 하필 위험지역으로...中 길게 뒤덮은 장마전선에 '비상'

43 minutes ago

"무더위 훌훌" 7일 속리산서 알몸 마라톤 대회

48 minutes ago

[스경x승부처] 악몽 털어낸 홈런 두 방, KIA의 야구는 8회부터 시작됐다

49 minutes ago

"비싸게 주고 먹느니…" 불티나게 팔린 '2000원대 우유' 정체

49 minutes ago

[속보] 김포 공장 화재…소방대응 2단계 발령

49 minutes ago

“야구선수가 대퇴부 스트레스 반응이라니…” 김하성에게 밀려난 4724억원 약물스타, 의사도 복귀시점 ‘확답 NO’

49 minutes ago

[포토] 강소라, 많은 취재진에 놀라

49 minutes ago

임영웅, 예능도 접수한다…'뭉쳐야 찬다' 출격

49 minutes ago

오연수 ‘에코백 사랑’ [MK포토]

50 minutes ago

“女개그맨들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전현무, 내가 여자면 장동민한테 넘어갔다 (‘라베했어’) [종합]

50 minutes ago

최신 기능에 편의성까지 더한 메인보드, ASUS TUF Gaming Z790 BTF WiFi

50 minutes ago

임영웅의 ‘온기’는 계속된다

50 minutes ago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서 탈락…조코비치는 1회전 통과하며 순항

50 minutes ago

주인이 남긴 ‘코카콜라’ 먹다 생일날 생이빨 12개 뽑게 된 댕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