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종부세·상속세 완화 예고, 지금 부자감세 속도 낼 땐가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하고 상속세는 세율을 최고 30% 수준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에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는 정작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니 뒤바뀐 정책 우선순위에 어이가 없다. 세수 감소에 올해도 비어가는 정부 곳간은 또 어쩌자는 것인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지방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재산세가 해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한다”며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으로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투자세에 대해서도 최대한 폐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성 실장이 언급한 종부세·상속세·금투세는 모두 부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으로, 계층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을 갖고 있거나, 배당이나 주식투자로 연 5000만원을 넘으면 내는 고소득·고액자산가들의 세금이다. 상속세 역시 아무런 노력 없이도 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다. 부자들은 환영하겠지만, 빈곤층에 미칠 부정적 여파는 작지 않다. 실제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종부세 대폭 감면 후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2조6000억원 넘게 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재정인 부동산교부세 재원으로 쓰이는 종부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에 더 많이 교부한다. 서울 강남권 등에서 마련한 낙후 지역 발전 재원이 쪼그라드는 것이다.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는 중에 부자감세를 서둘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올 들어 4월까지 국세가 전년 동기보다 8조4000억원 덜 걷혔다. 세수 진도율은 34.2%로 5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세수펑크’를 기록한 지난해의 38.9%를 밑돌고 있다.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도 정부 채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사회적 약자·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삶은 벼랑 끝에 몰려 있지만, 정부는 재정이 어렵다며 직접 지원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부자보다 빈자, 강자보다 약자를 먼저 챙겨야 할 때다. 지금이 부자감세에 속도를 낼 땐가. 세법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 부자감세를 적극 제어해야 한다.

[사설] 정부 종부세·상속세 완화 예고, 지금 부자감세 속도 낼 땐가

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종합부동산세 폐지·완화를 주장하는 거대 양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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