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 200개… 전문가 1만4000명이 新車만 생각한다

연구동 200개… 전문가 1만4000명이 新車만 생각한다

현대차·기아 R&D(연구개발) 심장부인 남양연구소 전경.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의 현대차·기아 R&D(연구개발) 심장부인 남양연구소. 이 연구소의 약 200개 건물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설계 1동 건물에서 ‘보물창고’라 불리는 방의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높이 2m쯤 되는 철제 선반마다 누런 두루마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1975년 생산된 대한민국 첫 국산 고유 모델 포니부터 1985년 나온 첫 쏘나타, 1986년 첫 그랜저 등 디지털 작업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까지 나온 모든 제품의 차체나 주요 부품들이 그려져 있는 도면이다. 30평쯤 되는 방 2곳에 있는 도면은 총 11만7516장. 포니는 첫 국산 고유 모델이었지만, 엔진은 미쓰비시에서 받았다. 그 엔진 부품 등 일본 기업에서 수입한 부품의 도면들도 이곳에 보관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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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금세 바스러질 것 같은 도면을 펼쳐보니,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대차·기아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손으로 지웠다가 썼다 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도면마다 도면을 그린 사람, 검수한 사람, 최종 승인한 사람들의 친필 서명도 새겨져 있다. 한구석에서 꺼내 든 도면에는 현재 현대차·기아 R&D 본부장인 양희원 사장이 신참 엔지니어 때 그렸던 차체 도면도 있었다.

도면 그리기는 자동차 생산의 시작이라고 한다. 연구소에서 도면을 공장에 넘겨야 거기에 그려진 차체나 부품을 정확한 규격으로 생산하는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을 관리하는 현대차 김재신(59) 책임연구원은 “입사하면 선배들에게 혼나가며 도면 읽고 쓰는 법부터 배우며 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남의 엔진을 베껴가며 도면을 그리고 차를 만들던 연구원들은 처음엔 모방을, 나중엔 응용을 통해 고유 기술을 하나씩 쌓아왔다. 본지가 만난 남양연구소 핵심 인력들은 이런 R&D의 역사가 글로벌 톱3로 올라선 현대차·기아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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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경기 화성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엔지니어링솔루션팀 연구원이 VR 기기를 통해 가상 공간에 구현된 아이오닉6 자동차 가상 운행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자동차의 모든 것 다루는 장소

그렇게 시작했던 현대차·기아의 남양연구소는 이제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분야를 연구한다. 축구장 480개 규모인 347만㎡(약 105만평) 부지에 선 연구동 약 200곳에서는 자동차 핵심인 엔진, 변속기, 모터, 배터리 등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 센터도 마련돼 있고 로봇과 자율 주행, SW(소프트웨어)까지 미래차 분야를 다룬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만도 1조원이 훌쩍 넘는다. 매년 수조원 단위의 연구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조직이 만들어진 지가 다음 달이면 50년이 된다.

남양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1995년 1100명 안팎에서 현재 약 1만4000명으로 늘었다. 연구 건물 수도 6개에서 200개 안팎이 됐다. 몸집이 커진 만큼 남양연구소만의 장점도 커졌다. 자동차 모든 분야를 한곳에서 연구하다 보니, 차로 10분이면 언제든 모여 난상 토론을 벌일 수 있다. 홍창기 MLV(중대형차)차체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안전성을 평가하는 충돌 시험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전화 몇 통만 돌리면 설계, 엔진, 차체, 디자인 등 관련 분야 연구원들이 금방 한자리에 모여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토론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남양연구소 안은 또 외부인이 봤을 때 자동차 모터쇼 행사장 같은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 정식 판매되지 않는 다양한 차들이 이 안에 흔하게 있다. 최근 남양연구소를 잇따라 방문했을 때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T1, 중국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실, 폴크스바겐의 전기 미니밴 ID.버즈(Buzz) 등 국내 도로에서 볼 수 없는 차 수십대가 아무렇지 않게 주차돼 있거나 달리고 있었다.

연구동 200개… 전문가 1만4000명이 新車만 생각한다

그래픽=이철원

◇실험실선 향후 5년 먹을거리 한창 실험 중

선진 기업을 따라 하기 급급했던 이 연구소의 가장 극비 장소에선 요즘 첨단 미래를 앞서가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에 들어가 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 또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전동화시험센터다. 총 4번의 보안 심사를 거쳐 들어간 건물 안에는 20평 정도 되어 보이는 실험실 10여 개가 늘어선 복도가 나타났다.

그중 한 실험실에 들어가 보니 엔진과 전기모터, 변속기가 조합된 커다란 부품 덩어리에 수십개 전선을 붙인 채 출력·연비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개발 중인 차나 주요 부품의 제품명은 모두 외부인이 알 수 없는 암호로 돼 있었고,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연구동 200개… 전문가 1만4000명이 新車만 생각한다

손으로 그리던 도면, 이젠 VR로 -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연구원 두 명이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 공간에 구현된 전기차 아이오닉 6의 보닛을 열어 살펴보고 있다. 첨단 신차 개발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보안상 이유로 이미 개발된 아이오닉6를 띄워 놓은 것이다. 왼쪽 사진은 도면실에서 김재신·김경원 책임연구원(왼쪽부터)이 포니 차체 도면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고운호 기자

이날 공개된 것은 이르면 연말부터 나오는 신차에 들어갈 2.5L 터보 엔진 기반의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었다. 앞으로 최소 4~5년간 현대차·기아의 주력 제품이 될 자동차의 핵심이란 뜻이다. 한동희 전동화시험센터장(전무)은 “현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힘과 연비를 개선했고, 크기도 한층 줄였다”면서 “전기차 전환도 빠르지만 하이브리드 역시 소비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 보고 4~5년 이후를 내다보고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밥 먹고 연구만 하면서’ 선두를 쫓던 선배 연구원들, 그리고 최근 성장한 현대차·기아를 보면서 입사한 젊은 연구원들 간의 조화도 생겨나고 있다. 한때 남양연구소는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고 불렸다. 2000년 초·중반까지 오후 10시 귀가 버스 막차는 늘 만원이었다. 밤늦게까지 토론도 하고 언성도 높이며 일본 도요타나 미쓰비시, 미국 포드를 따라가려고 발버둥쳤던 때다. 15년 차 한 연구원은 “젊은 연구원들은 해외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세대라, 다른 회사가 하는 걸 따라 하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어 그게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런 축적의 시간이 1991년 사상 첫 국산 독자 엔진을 개발해냈고, 2011년엔 첫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를, 2021년엔 전기차 전용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이어졌다는 게 본지가 만난 연구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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