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길어지는 혹환기에...'시내면세점' 영업 면적 축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스타일이 달라진 탓으로 분석된다. 면세업체들은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시내면세점 영업을 철수하고 비용 절감과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2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60만3028명으로, 이들은 면세점에서 3조4815억원을 썼다. 반면 올해 1~4월 방한 외국인은 486만5670명으로 급증했지만,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쓴 돈은 3조919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보다 86%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지만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약 12%밖에 늘지 않은 것이다.
업계는 달라진 여행 문화에서 이유를 찾았다. 면세점 매출의 주요 고객이던 중국인들은 기존에는 대형버스로 이동하는 단체 관광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들은 지하철 등으로 이동해 홍대, 성수 등을 주로 다니며, 다이소, 올리브영 등에서 쇼핑하며 현지 문화와 체험을 즐긴다. 이렇다 보니 면세점 이용 고객이 크게 줄고 매출도 감소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최근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사적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시내면세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월드타워점 매장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2017년 6월 4599㎡ 규모로 확장 오픈했는데, 코로나19가 풀리고도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으면서다.
축소 규모는 월드타워점 타워동 전체 면적의 35% 가량 수준이다. 현재 영업 중인 브랜드에는 오는 9월까지 퇴점을 요청한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와 쇼핑 편의 극대화로 월드타워점의 경쟁력을 회복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뿐 아니라 부산점을 비롯한 다른 시내면세점의 영업장 축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올때 추가로 매장을 구성한 곳”이라며 “지금은 이전과 상황이 달라 일부 매장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코로나19 여파로 단체관광객이 자취를 감추자 2021년 영업을 종료했다. 백화점 시설로 이용됐던 해당 공간에는 최근 ‘하우스 오브 신세계’라는 이름의 미식 공간을 열었다. 센트럴시티 중앙부 3개 층에 7273㎡(2200평) 규모다.
한화그룹은 과거 갤러리아면세점이 위치했던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 미술관 퐁피두센터를 열기로 했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오르세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오픈은 내년 말쯤으로 예정돼 있다.
이들 면세점은 한때 유커와 다이궁 등 단체관광객들이 몰려 관광버스 등으로 교통이 마비되고 매장은 발 디디틈 없을 정도로 잘 됐던 곳이었다.
한편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무역센터점, 동대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까지 시내면세점 축소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내면세점은 공항공사 임대료를 충당해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올 정도로 매출이 좋았지만, 현재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면세 업계는 하반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