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로 팔릴 뻔한 ‘교회 종’ 6·25 전쟁 총탄자국 고스란히
▲ 평창군 평창읍 중리 평창제일감리교회에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총격으로 구멍이 뚫린 114년 된 종이 보관돼 있어 화제다. 종에 총탄자국으로 추정되는 지름 1㎝정도의 구멍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신현태
6·25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114년된 ‘교회의 종’이 보관돼 있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평창읍 중리 평창 제일 감리교회(담임목사 진광호)에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쏜 총탄에 구멍이 뚫린 교회 종이 보관돼 있다.
이 종은 평창군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평창 제일 감리교회가 지난 1910년 예배당을 건축하며 창립할 때 교회 옆에 종각을 세우고 종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고 평창읍으로 들어온 북한군이 교회 옆에 나무로 만든 높이 7∼8m 높이의 종각에 설치돼 있던 종을 파손하려고 총을 쏘았고 이 중 한발이 종을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름과 높이 각 70여㎝의 주조형인 이 종에는 총탄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지름 1㎝ 정도의 구멍과 주변의 쇠가 조금 떨어져 나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당시 교인들과 지역주민들은 모두 피난을 간 상태로 목격자를 찾기는 어렵지만, 전후 교회에 남아있는 종에 구멍이 난 것이 발견됐고 총탄의 흔적이 선명해 교인들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교회는 6·25 전쟁 때 소실된 후 전후 미군의 지원을 받아 재건됐다. 종은 현재 교회 건물의 전면 우측에 종각을 세워 설치, 타종용으로 이용해 오다 지난 1972년 교회의 구 예배당을 철거할 때 함께 철거됐다.
철거된 종은 고물상에 팔려 나갈 뻔한 것을 박영도 교회 원로장로가 맡아 잘 포장해 보관해 오다 지난 2021년 현재의 교회 예배당 봉헌 및 교회창립 111주년을 기념, 종각을 복원해 현재 교회 예배당 2층의 대예배실 앞 실내에 설치돼 있다.
6·25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종은 지금도 매년 교회창립기념일인 10월 첫째 주 일요일 주일예배와 연말 송구영신 예배 때 타종행사에 이용되며 민족의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을 보관해 다시 설치할 수 있게 한 박영도 원로장로는 “6·25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종이 하마터면 고물상에 팔려갈 뻔했으나 잘 보관해 다시 선보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교회의 오랜 역사를 지키는 동시에 민족의 아픈 역사를 후세들에게 알려주는 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