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긴박한 SK, 1조 실탄 확보…베트남 투자지분 매각 나선다
마산그룹 9.5% 지분 매각
빈그룹과도 매각협상 나서
이례적 수시인사로 긴장감
[단독] 긴박한 SK, 1조 실탄 확보…베트남 투자지분 매각 나선다
SK그룹이 베트남 거대 그룹의 투자 지분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중심으로 사업재편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이 현금흐름(캐시플로우) 확보 차원에서 비주력 투자자산을 처분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기사 A4면
20일 SK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으며 최근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다. 2018년 당시 투입했던 금액은 4억5000만달러(당시 환율로 5300억원)로 올해 말까지 원금과 이자분을 회수할 계획이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재계 2위의 유통기업이다.
SK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데 연내 협상을 마무리 해 내년 초까지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 2019년 빈그룹 지분 6.1%를 10억달러(당시 환율로 1조1800억원)에 인수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5월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원금보장 조건이 있었던데다 이자까지 감안해 받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마산그룹 지분 투자에는 국내 연기금과 IMM, 농협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만큼 전체 지분 매각대금 중 SK 몫으로 흘러들어올 돈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그룹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SK는 오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인수·합병(M&A)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사업재편과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그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생존 방안을 찾느냐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그룹 내에선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양사 합병비율을 원만히 조정하고, 손해를 볼 수 있는 회사의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변수다.
SK 고위 임원은 “아직 결정된 게 없는 검토 단계”라며 “각 계열사와 이사회에서 따져볼 게 많다”고 말했다.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논의가 주요 주주 반발 등 장벽에 걸려 지지부진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성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례적으로 사장급 수시 인사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의 투자회사인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사장)가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성민석 부사장은 최근 최고사업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났다. 추가 교체 인사와 조직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