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환자와 후배, 일터를 사랑하는 마음가짐"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환자와 후배, 일터를 사랑하는 마음가짐"

웅성대는 소리를 따라 병동으로 들어서니 사람들 사이로 희끗한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풍겨오는 악취. 이 냄새를 어디서 맡아봤더라. 눈앞에 펼쳐진 것은 90대는 족히 돼 보이는 한 노인의 모습. 여성은 생각한다. 노인에게 말을 붙여봐야겠다고. '할머니 괜찮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또렷이 눈을 마주쳐 오는 여성의 다정함에 할머니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욕을 좀 하고 싶습니다'

"간호사 선배께 할머니를 씻겨 드려도 되냐 물어봤더니 흔쾌히 허락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태리타월로 할머니를 씻겨 드렸어요. 헝클어진 머리는 가위로 다듬었고요" 그때 여성의 나이는 고작 21살. 그리고 그 여성은 40년의 세월을 지나 퇴임을 두 달 앞둔 환갑의 나이가 됐다. 지난 26일 기자는 40년간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을 지켜온 박숙진 간호부원장을 만나고 왔다. "환자 마음 속 이야기까지 귀 기울이는 것 또한 간호사가 할 일이이죠"

-실습생이었던 21살때부터 박 원장님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 같다. 40년간의 간호사 생활도 궁금해진다.

▶첫 발령은 마취과였다. 그리고 내·외과병동, 외래, 산업의학과 등의 임상간호 현장을 지키다 고객 만족 팀장, 내과계병동간호팀장, 간호교육행정팀장, 간호부장을 거쳐 지금의 간호부 원장의 자리에 오게 됐다. 모든 과정들이 기억에 남는데 그 중에서 특히 간호부장 재직 때가 생각이 난다. (간호부장은) 1500여명의 간호부 직원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인데 내가 재임하자마자 코로나 19가 시작됐었다.

2020년 2월 대구동산병원의 심각한 간호인력 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 계명대 동산병원 4개 병동을 소거하며 대구동산병원으로 간호사를 지속적으로 파견했다.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일이였기에 코로나 19 환자 간호의 실무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데에도 앞장섰다.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을 것 같다.

▶19살 185cm의 아주 건장한 남자아이였는데 감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찾아 왔다가 급성 백혈병을 진단 받은 사례가 있었다. 방학에 입원한 그 학생은 결국 개학을 맞이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학생 병실은 항상 시끌 시끌 했다. 병문안을 오는 또래 친구들의 활력 때문이었다.

친구들을 보고 학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때 나 또한 생각했다. 저 아이를 친구들 품으로 꼭 보내고 싶다고. 아픈 환자들을 볼 때면 항상 생각한다. 병원 밖으로 잘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자주 보는 이가 간호사가 아닐까. 간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적 지식은 기본이고, '남에게 가지는 관심과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고, 한번 더 눈 마주쳐주고, 한 번 더 물어봐 주고. 이러한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만 더 말해도 되겠나. '바른 마음'도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해결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간호사라면 그 마음가짐을 무조건 갖춰야 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나의 실수를 많이 말해주는 편이다.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원장님의 실수는 어떤 게 있었는가.

2년 차 때 주사 준비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쉽게 말해 A를 주입해야 하는데 B를 주입할 뻔했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들어가기 전에 인지하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나의 실수를 상사에게 꼭 알려야겠더라.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선배도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아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 내가 이 이야기를 안 했다면, 그냥 쉬이 넘겼다면, 그에 대한 고민을 안 했다면, 40년동안 간호사 생활을 못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정직할 것. 그에 따른 책임감을 반드시 가질 것. 이러한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근무 시간만큼 후배들도 많겠다. 박 원장님은 어떤 선배였나

▶우리 후배들을 생각하면 찡한 마음이 많이 든다. "직업이 뭐예요?" 물었을 때 간호사라고 답하면 "아휴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이 따라붙지 않는가. 교육행정 팀장 시절 3개월차 간호사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들었다. 내 일은 아니지만 그 간호사를 만나봐야겠더라. 동산병원에 오기 위해 4년을 공부했는데,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겨진다고 털어 놓더라.

그래서 우선 그 간호사의 가족 전화번호를 받았고, 전화를 해봐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뒤 그 친구를 꼭 안아주고 보냈다. 가족과는 몇 번이나 통화를 했다. 그 친구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함께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3주 쯤 지났나, 지인으로부터 사람을 좀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받게됐는데 그때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소개를 시켜줬는데 너무 고마워 하더라. 일전에 나의 위로들과 도움을 주겠다는 말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는 것에 감동을 했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오지랖이 넓다. (웃음)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좋은 오지랖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해결사가 아닐까. 간호부원장실도 참새 방앗간이라는 애칭이 있다고 하더라. 간호사 중에 제일 높은 직책 아닌가. 회사로 따지면 사장실인데, 후배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는 후배들이 힘든 걸 못 두고 본다. 후배 간호사와 환자가 트러블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내 퇴근 시간은 그냥 한없이 미룬다. 그게 선배의 역할 아닐까. 힘들 때 나서주는 것. 그리고 지갑을 잘 열면 최고의 선배라던데, 나는 지갑도 잘 연다.(웃음) 한창 내가 임상에 있을 때, 대패삼겹살이 유행했었는데 후배들이 힘들어하는 게 보이면 (대패 삼겹살을 먹고 오라며) 손에 3만원을 쥐여줬다. 속상하면 펑펑 울고 오라는 말도 함께 말이다. 그렇게 보내면 돌아올 때는 밝은 표정으로 오더라. 그 맛에 내 지갑도 계속 열렸던 것 같다.

-조금 어두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태움'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물론 이렇게 좋은 선후배만 있다면 이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간호사 태움이 문제가 되면서 동산병원도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주시하고 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들이 '태움'이라는 말 하나로 규정지어지면서 조금 안타까운 면도 있다. 어느 직장이나 갑질이나 괴롭힘이 문제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 병원도 전 직원 대상으로 그런 교육을 매번 받고 있는데, 어느 날엔 한 시간 교육 강의 중 간호 파트 사례만 여러 번 나오더라. 이렇듯 직장 괴롭힘 문제가 한 집단에게 몰리거나 한 직종으로 몰아 붙여지는 것은 참 안타깝다. 물론 그 안 좋은 문화를 타개하려고 간호업계에서는 (타 업종과 똑같이) 노력하고 있다.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선배, 간호부 수장으로서는 현장 업무 프로세스 향상이나 간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인정받아 올해의 간호인상도 받으셨다고. 은퇴 후 계획이 있는가

▶일단 6개월은 놀고 싶다. 그리고 퇴직하면 시간이 있을 테니 간호 봉사를 더 자주 다니고 싶다. 친절문화 향상의 필요가 절실하다 생각해 필드에 있을 때 웃음임상치료사 1급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잘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자격증으로 동산병원 전교직원 친절교육은 물론 봉사도 많이 다녔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2021년 3차 환자경험평가에서 전국 2위, 경상권 1위를 기록했지 않는가. 간호사 40년 세월이 어디 가겠나. 퇴직 하고도 간호사 때와 비슷한 일들을 하고 지낼 것 같다.

[임터뷰] 동산병원 간호사 40년 근속 비결?

오는 8월은 그녀의 퇴임식이다. 그녀는 40년 긴 간호 인생을 과연 어떻게 정리할까. 박 원장의 퇴임사 한 줄을 독자들께 미리 '스포'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화양연화는 동산에서의 40년이었습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그녀의 꽃과 같은 시절이 저물어 간다. 그녀의 간호사 인생이 찬란했던 것은 그녀의 사랑 가득한 마음이 피워낸 꽃이 아니었을까. 환자와 동료와 일터를 사랑하는 그녀. 사랑 가득한 그 마음이 시들지 않는 이상 어쩌면 그녀의 화양연화는 끝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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