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기재부?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기재부?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법인세 쇼크’로 올해 들어 5월까지 걷힌 국세가 전년보다 9조원 넘게 줄어들면서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올해 8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는 법인세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지만, 이들 기업이 향후 받을 세제 혜택이 10조원에 달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5.7%) 감소했다. 국세 수입이 급감한 주요 원인은 법인세다. 영업실적 악화로 법인세는 5월까지 28조3000억원 걷혔다. 이는 1년 전보다 15조3000억원(35.1%) 줄어든 규모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올 8월 말 법인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은 한 해 벌어들인 금액을 바탕으로 이듬해 3월에 법인세를 납부한다. 법인세를 한 번에 내는 것이 부담일 경우에는 상반기에 벌어들인 금액에 대해 8월에 법인세를 납부하기도 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 수조원 대의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실제 내는 법인세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이 그동안 못 받은 세액공제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이연법인세 규모가 10조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세액공제 및 감면에 대한 법인세 효과는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공제와 설비투자 공제 등 세액공제를 통해 삼성전자 법인세를 깎아준 금액이 5조원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 법인세 비용은 -7조9000억원이다. 법인세 비용이 ‘마이너스’라는 의미는 추후 법인세가 발생했을 때 그만큼 깎아준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7조9000억원의 법인세를 덜 낸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못 받은 세액공제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이연법인세의 자산 순액 규모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 총 9조9000원까지 불어났다. SK하이닉스의 이연법인세 자산 순액 역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세제 혜택이 세수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수 부족은 기업의 영업실적이 악화한 측면도 있지만 세액공제 혜택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확대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공제도 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제 혜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일부 사업 예산 집행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수가 부족할 경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하지만 ‘건전재정’ 기치를 내세운 정부가 빚을 추가로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특정 분야의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치해 둔 기금 재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으며, 예산 부족으로 집행하지 못한 불용액도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경향신문(https://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OTHER NEWS

57 minutes ago

'100호 기쁨도 잠시' 연장 11회 혈투 끝 호텔서 실신, "평생 기절해본 적도 없는데.."

57 minutes ago

3시 30분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원·달러 환율 시세…1일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외환 시세대로 거래 “아직 수요 적지만 외환 유동성 공급”

1 hour ago

믿을 수 있는 중고 스마트폰…크림, ‘더 폰’ 서비스 시작

1 hour ago

[속보] 인도 종교행사서 압사사고…최소 107명 사망

1 hour ago

“수도권 아파트 값, 금리인하-공급물량에 달려”

1 hour ago

1년 만에 몸이 이렇게 달라져?...‘천재’ MF 외질, 은퇴 후 근황 공개

1 hour ago

'재테크 혁신' ETF 산증인… "EMP 등 자산배분상품이 대세" [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1 hour ago

광동제약, 프리시젼바이오 주식 169억원 취득 결정

1 hour ago

SSG의 선택은 엘리아스… '대체 외국인' 시라카와와 이별

1 hour ago

최혜진·김효주, KLPGA 시즌 첫 출전…롯데오픈서 격돌(종합)

2 hrs ago

북한, 꽃제비들이 숙소로 이용하는 오물장에 잠금장치 설치 지시

2 hrs ago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더불어민주당이 '시청역 사고'를 언급했다

2 hrs ago

가수 휴이, 웹툰 ‘뱀은 꽃을 먹는가’ OST ‘넌 나의 위로’ 발매

2 hrs ago

우리銀 '2023 ESG 보고서' 발간

2 hrs ago

한화, 양상문 영입 후 묘한 상황... 김경문 “미안하게 됐다”

2 hrs ago

北 코앞서 자주포 140발 ‘쾅 쾅’… 6년 만에 울려퍼진 포성

2 hrs ago

경기대, 한림대 꺾고 올시즌 대학부 단체전 첫 우승

2 hrs ago

강간해서 감옥간 아이돌, 3년 만에 '충격 소식' 전해졌다..

2 hrs ago

북극에서는 못 쓰는 기름..."더 센 규제 필요" 지적도

2 hrs ago

GH '판교 스타트업플래닛'을 랜드마크로...디자인 공모 당선작 선정

2 hrs ago

[자막뉴스] 예사롭지 않다던 이번 장마...태풍급 돌풍 몰고 다시 때린다

2 hrs ago

영국 스타트업, 5분 만에 충전되는 배터리 기술 개발

2 hrs ago

국대 감독에 깜짝 후보 등장… 한국행 희망한다

2 hrs ago

한동훈 후원금 계좌, 공개 9분도 안돼 한도액 채워… 1억7000만원 모금

2 hrs ago

빅오션, '뛰어올라'

2 hrs ago

특검법 강행에 무제한 토론, 野 검사탄핵까지…여야 강대강 충돌(종합)

2 hrs ago

또 불난 리튬 배터리… 3호선 대치역 5시간만에야 진화

2 hrs ago

석유공사, 액트지오 최종보고 전 시추장비 발주 먼저

2 hrs ago

TXT 연준, 후드패션이 어울려 [포토엔HD]

2 hrs ago

CU편의점 결제시 최대 50%할인 제공…'CU KB국민카드' 출시

2 hrs ago

이윤미,'당당하게'

2 hrs ago

북한 ‘괴물탄두 미사일’ 발사에… 군, 6년만에 실사격

2 hrs ago

K뷰티 히어로 ODM, 미국 수출타고 2분기도 최대 실적 쓴다

2 hrs ago

“내 재산 180조원을...” 94세 워렌 버핏, 유언장 내용 바꿨다

2 hrs ago

안산 학원 화장실서 칼부림 사건… 피해 여고생이 말문을 열었다

2 hrs ago

‘왓츠유어 ETF 왓츠유어 ETF’…관심사로 시작하는 ETF 투자

2 hrs ago

신보, 재창업지원 특례보증 시행…3년간 1500억 지원

2 hrs ago

광릉숲에서 멸종위기 산양 최초 포착

2 hrs ago

다리절단 장애입은 MIT 교수 뇌로 제어하는 로봇의족 개발

2 hrs ago

츄, '인간 비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