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는 못 쓰는 기름..."더 센 규제 필요" 지적도
(사진 The Polar Connection)/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북극을 항해하는 선박이 늘면서 기름 유출과 기후위기 우려가 커지자 북극해에서 선박용 중유 사용 금지령이 발효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2029년에야 완전히 시행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탄소배출 추세 등을 고려하면 2029년까지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1년 채택한 북극 내 중유 사용·운송 금지령이 지난 1일부터 발효됐다. 북극곰, 흰고래 등 북극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유 유출을 막는다는 취지다.
중유는 말 그대로 '무거운 기름'이다.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를 뽑아낸 후 얻어지는 검고 끈적이는 물질인 중유는 열량이 높아 선박과 화력발전소, 대규모 공장에서 연료로 쓰인다. 하지만 다른 기름보다 무거워서 기름 유출 시 덩어리가 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는 등 바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문제가 있다.
또 중유 연료가 불완전 연소했을 때 블랙카본이라 불리는 검은색 대기오염물질을 비교적 많이 내뿜는데, 얼음이나 눈에 떨어지면 녹는 속도를 높인다. 검은 눈과 얼음은 열을 반사하는 하얀 눈보다 빨리 녹아서다. 이런 이유로 중유는 '가장 더러운 연료'로 불린다.
지구가열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을 운항하는 선박이 늘어난 가운데, 이 선박에서 블랙카본을 내뿜으며 해빙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져 지구가열화를 심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서 2011년 남극과 2021년 노르웨이는 자국 해역에서 중유 사용과 운송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여러 면제를 거쳐 2029년에야 완전히 시행한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항에 따르면 연료탱크 보호장치가 있는 선박은 5년간 금지령 대상에서 면제다. 국제청정운송협의회(ICCT)는 중유를 사용하는 선박의 74%가 금지령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북극 연안과 인접한 5개 국가는 지리적 특성상 중유 사용에 대한 면책권이 부여됐는데, 그중 하나인 러시아는 북극을 오가는 선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조치를 언제 시행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20개 비영리단체로 이뤄진 청정북극연맹의 시안 프라이어 수석 고문은 "북극에 선박이 다니면서 2015~19년 블랙카본 배출량이 85% 증가했다"며 "북극은 2029년까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중유 사용 금지령은 블랙카본 배출량을 5%만 줄일 것"이라며 "청정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