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체 기술로 만든 ‘괴물’ SSD…SK하이닉스 ‘AI PC’ 시장 정조준

SK하이닉스 8채널 PCIe 5세대 온-디바이스 AI PC용 SSD ‘PCB01’ 제품 이미지.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분야에 특화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Solid State Drive) 제품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PC에 탑재되는 업계 최고 성능의 SSD 제품인 ‘PCB01’ 개발을 완료했다고 28일 밝혔다.

회사는 PCB01을 글로벌 PC 고객사에 기업간거래(B2B) 상품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일반 소비자향(B2C)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고객사가 자사 PC 제품에 AI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PCB01을 활용하는 구조다. 일반 소비자 역시 이용 중인 PC에 AI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더라도 PCB01 고사양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PC 고객사와 함께 신제품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내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PCB01의 연속 읽기와 쓰기 속도는 각각 초당 14GB(기가바이트)·12GB다. 이는 PC용 SSD 제품 중 업계 최고의 성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1초 이내에 구동하는 수준의 속도다.

회사 측은 “PCB01에 최초로 ‘8채널(Ch.) PCIe 5세대’ 규격을 적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 등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표로 하는 초고성능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 솔루션에서도 최고 수준의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AI 메모리 분야 리더십을 확고히 할 수 있다고 회사는 기대했다.

SSD는 다수의 낸드플래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낸드 데이터 처리 속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취약한 내구성을 보완하는 필수 제품이라 ‘SSD 두뇌’로 불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PCB01은 컨트롤러 등 SSD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요인 모두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8채널 PCIe 5세대 온-디바이스 AI PC용 SSD ‘PCB01’ 제품 이미지. [사진 SK하이닉스]

PCB01은 ‘8채널 PCIe 5세대’ 규격을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채널은 SSD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 간 데이터 입출력(I/O) 통로의 개수를 말한다. 채널 상승과 PCIe 세대가 발전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4채널 SSD는 주로 일반 PC용 시장에, 8채널 SSD는 통상 고성능 PC 시장에 공급된다.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는 디지털 기기의 메인보드에서 사용하는 직렬 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회사는 또 PCB01에 대해 “전력 효율이 이전 세대 대비 30% 이상 개선돼 대규모 AI 연산 작업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며 “SLC 캐싱 기술도 적용해 성능을 높였다”고 전했다. 낸드 저장 영역인 셀(Cell) 일부를 처리 속도가 빠른 SLC로 동작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 PC 사용자가 AI 서비스 외 일반 컴퓨팅 작업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낸드는 한 개의 셀에 몇 비트(bit)의 데이터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 1bit)-MLC(Multi Level Cell, 2bit)-TLC(Triple Level Cell, 3bit)-QLC(Quad Level Cell, 4bit)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정보 저장량이 늘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속도와 안정성은 떨어진다. SLC는 필요한 데이터의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

SK하이닉스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회사 기술진은 보안 솔루션인 신뢰점(ROT·Root Of Trust)을 PCB01에 내장해 외부 보안 공격과 정보 위변조를 방지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 암호도 보호될 수 있다. ROT은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보안상 신뢰할 수 있는 하드웨어 영역을 말한다. PCB01은 512GB·1TB(테라바이트)·2TB 등 3가지 용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N-S Committee 담당)은 “이번 신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성능이 대폭 개선되면서 온-디바이스 AI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여러 빅테크로부터 호환성 검증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을 이 제품의 고객 인증과 양산을 순조롭게 진행해 낸드 솔루션에서도 세계 1위 AI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