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다가오나…바이든 토론 졸전에 유럽 정계 '충격'
서방 언론들 "재앙", "대참사", "지켜보기 고통스러워"
러시아 "바이든, 완전히 실패"…중국 "인신공격 난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 졸전에 유럽 동맹국의 정치인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현직 지도자와 고위 정치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민주당에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요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야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무기력하고 두서없는 모습을 보이며 고전하자 유럽 주류 정치권 전반에서 절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총리를 지낸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토론과 관련해 엑스(X)에 "미국의 민주주의는 노인 지배에 의해 우리 눈앞에서 죽었다"고 적었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조 바이든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렌치 전 총리는 엑스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명예롭게 봉사했다면서 "그는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후보를 바꾸는 것은 모두를 위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독일 자유민주당(FDP) 소속으로 연방하원 국방위원장을 지내고 최근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침머만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강력한 후보를 내지 못해 트럼프 같은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느낄 역사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특히 전통적 동맹을 경시하고 국수적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최근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약진하는 흐름과 맞물려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유럽의 포퓰리스트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와 특별한 유대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국제관계의 상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빌트 전 총리는 이어 "트럼프의 재집권은 유럽 포퓰리스트들이 더 대담하게 유럽연합의 공동 정책과 계획을 방해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의 외교정책 전문가 노르베르트 뢰트겐도 "민주당은 당장 그들의 선택을 재고해야 한다. 또한 독일은 불확실한 미래를 전력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주요 언론들도 이번 대선 토론 결과에 경악하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독일 빌트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잘 자요, 조"라는 헤드라인을 걸었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토론을 "지켜보기가 고통스러웠다"고 평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또한 별도 기사에서 "이번 토론의 진짜 패배자는 미국인"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더 노골적인 표현을 썼다. 르몽드는 이번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앙'이자 '조난사고'라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현대 미국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재앙"이라고 평했고, 르 피가로도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이 '대참사'였다고 요약했다.
이밖에 이스라엘 언론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약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좌파 성향 일간 하레츠는 "바이든은 두서없고 트럼프는 병적이었다. 최악의 대선 토론으로 미국은 슬픈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 언론들도 바이든이 이번 토론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채널원 등 러시아 주요 방송사들은 토론 이전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장시간 토론을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중국 언론들은 토론 자체를 깎아내리는 분위기라고 BBC와 악시오스는 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토론을 두고 "리얼리티 쇼 같다"고 평했고 신화통신은 "인신공격이 잦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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