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측, SK빌딩서 '아트센터 나비' 뺄까…유동자산만 121억원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4.04.16 *재판매 및 DB 금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이 'SK빌딩 퇴거'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아트센터 나비가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아트센터 나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이 같은 아트센터 나비의 현금성 자산을 감안할 때 노 관장 측이 얼마든지 법원의 퇴거 판결을 수용하고 사무실을 재임대할 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노 관장 측이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간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상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법원의 또 다른 퇴거 판결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원 판결에 대해 지나치게 이중적인 태도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 판결이 나오자 "무더위에 어디로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오전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게 부동산(SK서린빌딩 4층 전시관)을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은 전시관 퇴거가 이뤄지면 갈 곳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아트센터 나비가 한 때 유동자산 120억원을 보유했고, 지금도 수 십 억원대 유동자산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입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아트센터 나비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유동자산은 77억751만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억4959만원, 단기금융상품은 69억9184만원이다.

유동자산 중 대부분은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원금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SK 계열사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총 500억원가량을 아트센터 나비에 지원했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평균 23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이와 함께 아트센터 나비의 SK서린빌딩 사무실(면적 560.3㎡) 임차보증금 44억8000만원을 포함하면 121억8751만원의 유동자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는 SK서린빌딩의 4층 사무실을 사용하는데, 연간 임대료는 3억원 정도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권 임대료는 평당 10만원 수준으로 이를 동일 면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2억원 정도 임대료를 내면 이 빌딩 인근에서 다른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의 건물(면적 284㎡)도 소유해 이전 장소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가 금융투자로 수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아트센터 나비는 금융상품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으로 지난해 6억688만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22년에도 8억210만원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그 만큼 적지 않은 현금을 갖고 있어 투자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지난 2022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0억7769만원에서 지난해 6억4959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은 10억원에서 69억918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렇게 거액의 현금을 금융투자에 쓴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이 금융투자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금융투자상품은 파생상품과 해외 투자 등 각종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가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2020년 15일, 2022년 14일 각각 전시하는데 그쳐 전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전시 사업을 하지 않은 채 금융투자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본질적인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법원의 퇴거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