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해궁’ 미사일 콕 집어 요구한 말레이시아

한국산 ‘해궁’ 미사일 콕 집어 요구한 말레이시아

해궁 축소 모형(왼쪽). 국산 함대공미사일 ‘해궁’이 해군 호위함 대구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각종 신무기와 새로운 전술이 쏟아지며 현대전 양상을 완전히 바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해군력이 없다시피 한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해군을 보유한 러시아를 상대로 해전에서 우위를 점한 끝에 흑해 제해권마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전 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함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슬라바급 미사일 순양함이자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를 잃었다. 우크라이나의 연이은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전투함을 여럿 잃은 러시아는 이제 수상함대 운용을 포기한 채 잔존 전력을 후방으로 대피시키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드론 공격에 러시아 굴욕

한국산 ‘해궁’ 미사일 콕 집어 요구한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해군의 아다급 초계함. [뉴시스]

러시아 흑해함대 전력을 흑해에서 몰아낸 우크라이나는 올 연말 건국 이후 처음으로 현대화된 전투함을 획득해 제해권을 완전 장악할 전망이다. 흥미롭게도 우크라이나의 새 전투함은 미국이나 서방 국가가 아닌 튀르키예에서 건조되고 있다. 튀르키예가 ‘아다급(Ada class)’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해 자국 해군에 배치하고, 수출 성과도 제법 낸 초계함이 그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헤트만 이반 마제파’ ‘헤트만 이반 비호프스키’라는 이름으로 2척을 도입할 예정인 아다급 호위함은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수출도 진행 중일 정도로 잘 팔리는 군함이다.

튀르키예는 국가 차원의 수상전투함 건함 사업인 ‘MILGEM’ 프로그램 일환으로 2500t급 다목적 초계함 아다급을 개발했다.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상당히 우수한 초계함이다. 아다급의 레이더는 ‘한국형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급보다 성능이 낫다는 평가를 듣고, 효율적 공간 설계 덕에 확장성도 좋은 편이다. 튀르키예 해군과 파키스탄 해군이 각각 아다급 4척을 도입 중이며, 이번에 말레이시아도 3척 도입을 확정지었다. 그런데 한국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튀르키예의 군함 수출 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말레이시아가 튀르키예산 군함에 탑재할 주력 방공(防空) 무장으로 한국산 미사일을 채택했다는 내용이다.

튀르키예 해군의 오리지널 아다급에는 미국산 RIM-116 RAM 21연장 발사기가 방공 무장으로 탑재된다. 이보다 좋은 옵션을 선택한 파키스탄 해군용 바부르급에는 영국제 CAMM-ER이라는 고성능 방공 시스템이 장착된다. 우크라이나가 도입하는 2척에도 함대공미사일이 실리는데 현재로선 프랑스제 VL-MICA 미사일이 유력 후보다. 말레이시아는 영연방국가이기에 파키스탄처럼 CAMM-ER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제 방공무기인 SAAM-400K ‘해궁’ 탑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산 ‘해궁’ 미사일 콕 집어 요구한 말레이시아

미국 해군 함정에서 RIM-116 RAM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말레이시아는 신형 초계함용 방공무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한국 해궁을 콕 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올해 5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DSA 2024’에서 신형 초계함 모형과 함께 한국형 수직발사관(KVLS), 해궁 탑재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연안임무함정(LMS) 2차 사업(bacth-2)’이라는 이름으로 아다급 3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비슷한 함급은 대부분 함포 뒷부분에 수직발사관 구역을 두고 함대공미사일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신형 LMS의 헬기 격납고 윗부분 양현에 각각 2셀(cell)씩 총 4셀의 KVLS를 설치한다.

자폭 드론 공격에 취약한 美 RAM

말레이시아가 경쟁입찰도 없이, 그것도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한국제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튀르키예 해군 아다급에 장착된 미국산 RAM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무기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거리가 9㎞(개량형은 12㎞)로 매우 짧은 데다, 수직발사관이 아닌 연장발사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RAM이 채택한 Mk.49 21연장 발사기는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의 미사일이 들어가는 게 장점이지만, 목표물이 날아오는 쪽으로 일일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표적을 동시에 막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 대함미사일이나 새로운 타격 수단으로 각광받는 장거리 자폭 드론은 요격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발사 후 표적 주변을 크게 우회하다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돌진해오기 때문이다. RAM은 이런 유형의 공격에 대단히 취약하다.

RAM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함대공무기인 영국제 CAMM이나 사거리 연장형 CAMM-ER은 어떨까. 이들 모델은 수직발사관을 사용하는 최신형 미사일이고 성능도 우수하다. 문제는 여유 공간이 얼마 없는 아다급에 설치하기엔 덩치가 크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다. CAMM은 영국제 공대공미사일 ASRAAM이 원형이다. 원래 비싸기로 유명한 ASRAAM을 기반으로 만들었기에 CAMM 가격도 상당히 높다. 최근 이 미사일을 대량 도입한 폴란드는 발당 약 33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RAM 1발이 12억~13억 원을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이 같은 RAM과 CAMM의 문제점을 고려하면 해궁은 말레이시아 해군으로선 최적의 선택지다. 해궁은 KVLS 셀당 4발씩 장착된다. 한국은 각종 지원함에 큰 개조 없이 탑재하기 위해 해궁 전용인 단축형 KVLS를 만들어놨다. 그 덕에 말레이시아 해군 초계함에도 이렇다 할 개조 없이 해궁을 장착할 수 있다. 해궁 사거리는 RAM의 2배인 20㎞ 이상인 데다, 무선주파수(RF)와 영상적외선(IIR) 시커를 모두 사용하는 덕에 명중률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발당 10억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방공 무장을 골라야 하는 말레이시아 해군으로선 여러모로 적합한 무기다.

해궁과 이를 발사하는 플랫폼인 KVLS의 장점은 최소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든 장착할 수 있는 ‘컴팩트함’이다. 한국 천왕봉급 상륙함의 경우 후방 크레인 1기를 철거한 자리에 KVLS 1셀을 장착해 해궁 미사일 4발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 큰 비용이나 리스크 없이 함정에 장착해 방어력을 대폭 높일 수 있는 무기가 바로 해궁이다.

세계 해군 트렌드는 함대공미사일 추가 장착

한국산 ‘해궁’ 미사일 콕 집어 요구한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를 격침할 때 드론과 함께 사용한 R-360 넵튠 대함미사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이런 유형의 함대공미사일 VLS 운용법을 한국이 처음 고안한 것은 아니다. 가령 캐나다 헬리팩스급 호위함은 선체 중앙 연돌 좌우에 각각 Mk.48 VLS 8셀을 붙여 16발의 ESSM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한다. 일본 무라사메급 구축함도 중앙 연돌 사이 빈 공간에 Mk.48 16셀을 설치하고, 네덜란드 카렐 도어만급 통합지원함은 헬기 격납고 좌측에 Mk.48 16셀을 일렬로 설치한다. 덴마크 해군은 닐스 주엘급 초계함 후방 갑판에 노출된 형태로 12셀을 장착하고, 플라이베피스켄급 고속정에도 같은 형태로 6~12셀을 배치해 방공 능력을 부여했다.

세계 각국 해군이 Mk.48 VLS를 선체에 추가 장착해 방공 능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함대공미사일이 군함 생존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함대공미사일 운용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실전에서 입증됐다. 국산 KVLS에 해궁을 장착하는 조합은 Mk.48 VLS+ESSM 조합만큼이나 효과적이다. 이미 훌륭한 대안을 가진 한국 해군도 기존 군함에 함대공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 해군은 2000년대 이후 취역한 군함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군함의 대공 방어 능력이 대부분 2000년대 이후 취역한 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차세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인천급 호위함 6척은 아예 KVLS 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RAM만 장착한 채 건조됐다. 아직 일선에 적잖은 수가 남아 있는 울산·포항급은 곧 퇴역 대상이라며 제대로 된 함대공미사일도 없이 운용되고 있다.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이나 신형 참수리급은 소형함이라는 이유로 함대공미사일이 없다. 기뢰부설함인 원산급, 소해함인 양양·강경급, 군수지원함인 소양·천지급, 구난함인 통영·강화도·청해진급도 엄연한 군함이지만 지원함이라는 이유로 함대공미사일이 장착되지 않았다.

유사시 적 대함미사일은 전투함과 지원함을 가리지 않는다. 제대로 된 방공 무장이 없는 지원함에도 적게는 수십여 명, 많게는 수백여 명의 ‘남의 집 귀한 자식’이 타고 있다. 그 승조원들은 누군가의 귀중한 자식이자 부모이자 형제자매다. 우리는 천안함 폭침 때 유사시 적의 공격으로 군함이 침몰하면 얼마나 많은 장병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되는지 목도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대규모 대함미사일을 운용하는 나라들과 바다를 맞대고 있음을 잊은 듯하다.

개발도상국도 군함 생존성 높이는데…

탐색·조준용 레이더와 전투체계, VLS를 군함에 옵션처럼 끼워 넣는 것은 그리 돈이 많이 드는 일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해궁을 발사하는 KVLS를 설치하면 각종 지원함의 전시 생존성이 대폭 높아진다. 퇴역 후 저개발국가에 공짜로 뿌리는 구형 전투함에 KVLS를 넣고 무장과 센서 일부를 개선할 수도 있다. 유사시 주력함이 격침됐을 때 예비 함정이 사실상 전무한 한국 해군에 든든한 예비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군은 지원함에 방공 장비를 장착할 생각도, 간단한 개조로 노후 함정을 되살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고 부르는 말레이시아조차 자국 해군 함정에 해궁을 장착해 생존성을 높이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한국 국방부와 해군은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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