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였던 베이비시터, 아이의 그림서 비밀을 감지하다

마약 중독자였던 베이비시터, 아이의 그림서 비밀을 감지하다

/문학수첩

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소설 | 432쪽 | 문학수첩 | 1만4000원

2024년이 반이나 남아 있지만 ‘히든 픽처스’가 올해 내게 가장 강렬한 소설로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 주인공 ‘맬러리 퀸’이 어느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눈을 가린 채로 서서 남자의 시선이 느껴질 때 손을 드는 것이 맬러리가 할 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맬러리는 연구팀에서 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연락처를 건네지만, 그날 옥시콘틴(마약성 진통제) 다섯알 때문에 아이폰을 팔아치운다. 여기까지 읽고서 맬러리가 더 궁금해졌는데, 책은 겨우 10페이지 흘러간 상태였다. 첫눈에 반한 이야기인 셈! 그 이후 430페이지까지 이야기는 내내 살아 있었다.

마약 중독자였던 베이비시터, 아이의 그림서 비밀을 감지하다

윤고은 소설가

직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독자에게 입증한 맬러리. 마약을 끊고 18개월째 재활 중인 그는 입주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되는데, 그 집 아이 테디의 그림이 맬러리의 삶을 낯선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 그림은 본문에도 계속 등장한다. 천진한 그림이려니 했던 앞표지까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서늘한 이야기. 무슨 호러 부문 1위를 했다는 내용이 책 뒤표지에 적혀 있는 것도 뒤늦게 발견했다. 호러라니… 몹시 심약한 독자인 내가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스티븐 킹이 극찬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정보도 없이 책으로 풍덩 입수해버린 결과였다. 그래서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나는 아직 이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다. 책에는 몇 단계의 반전이 있는데 그중 최고는 맬러리의 선택이다. 인간은 대체로 불완전하지만 이렇게 놀라운 점프를 할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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