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살해한 범인 이미 20년전 잡았다고 모친께는 거짓말해 왔다"

20년 미제 '영월 피살사건 피해자 유족 "재판 통해 진실 밝혀지길"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족적과 모든 정황이 구속 피의자를 지목하고 있었는데, 20년이나 걸렸네요."

"형 살해한 범인 이미 20년전 잡았다고 모친께는 거짓말해 왔다"

20년 전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사망한 피해자의 동생 안모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어머니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20년 전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실제 잡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며 "구순의 어머니는 아직도 비명에 간 형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동생 안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둔기와 흉기에 의해 살해된 형 B(당시 41세)씨의 범인을 쫓았다.

장기 미제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실망한 안씨의 아버지는 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동생 안씨는 모친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2014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안씨는 생각했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A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2020년 6월 나오자 수사는 활기를 띠었고 안씨도 희망을 걸었다.

결국 그해 11월 경찰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이를 넘겨받은 검찰에서 족적의 증명력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영장 심사 출석한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동생 안씨는 형의 억울한 죽음을 법정에서 밝힐 수 있도록 재판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그사이 경찰의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도 바뀌고 관할 검찰청인 영월지청의 담당 검사만도 4∼5명이나 새로 부임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검찰 역시 추가 압수수색과 재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 28일 발부됐다. 쌓인 수사 기록만도 2만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였다.

안씨는 "모친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한 거짓말이 사실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재판을 통해 형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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