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듯 뻔한 가계대출 증가...'2단계 스트레스 DSR' 갑자기 두달 연기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돌연 연기하면서 가계대출 증가 급증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과 서민·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위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미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정책 시행 시기를 갑자기 바꾸자 금융시장 내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기 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정책 시행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줄어들 수 있는지에 대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는 점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25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현재 서민·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되는 상황, 이달말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감안해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가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DSR 2단계의 차주별 최대 대출한도는 △은행권 및 제2금융권 주담대의 경우 변동·혼합·주기형 대출유형에 따라 약 3~9% 수준의 한도 감소가 전망된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금리유형 및 만기에 따라 약 1~2% 수준의 한도 감소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차질없이 시행하고, 유형·업권별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밀착 모니터링 해나가는 등 가계부채를 GDP 성장률 범위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미뤄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고 있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도 늦어지면서 취약차주들에게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났다. 전월(4조1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담대는 5조6000억원 불어나 전월(4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큰 폭으로 커졌다.
은행권 주담대의 경우 5조7000억원의 증가폭을 기록, 전월(4조5000억원) 보다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주담대 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혼합(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2%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 DSR로 인해 실제 대출한도가 제약되는 고 DSR 차주비중은 약 7~8% 수준인 만큼, 90% 이상 대부분의 차주는 기존과 동일한 한도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더라도 가계부채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날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관리 규정에 대해 변함이 없으며, 금융당국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규정은 변함이 없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데 당국과 한은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날 경우 한도를 적용받는 대상의 범위를 좀 더 늘리는 것을 하나의 수단으로 검토해볼 수 있단 얘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