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러 조약, 한국 겨냥 아니다…차분히 수용하길 기대"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며 '한국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인 19일 김 위원장과 체결한 조약과 관련 "(이번) 조약은 한반도 및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약이 한국이나 제3국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미 어려운 동북아 지역 상황을 약화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루덴코 차관은 "우리는 한국이 새 협의를 이해심을 갖고 수용하길 기대한다"며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 건전한 접근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러가 군사동맹을 사실상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자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보복경고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심지어 23일에는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에 대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는 말까지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루덴코 차관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는 "모든 필요한 조건이 맞고, 이 단계에서 서명돼야 할 서류들을 위한 특정한 기반이 진전되자마자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문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방북 기간 북러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다음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기를 바란다"며 초청 의사를 밝혔다. 회담을 마친 뒤 언론발표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 답방하기를 기다리겠다"고 재차 말했다.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 답방에 나선다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두 사람은 2019년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으로 회담했고,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두 번째로 만났다. 두 번째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국빈 방문하면서 세 번째 회담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