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35년차 배우 송강호 “연기 사랑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온더레코드]35년차 배우 송강호 “연기 사랑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온더레코드]35년차 배우 송강호 “연기 사랑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35년간 연기를 하면서 결과를 생각하고 한 적은 없어요. 안전한 길, 쉽게 말해 대중적인 성공이 보장된 작품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이상한 성향이 있다고 할까요. 허술하고 빈틈이 있더라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신한 힘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갑니다.”

영화배우 송강호(57)가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에 출연했다. 팬데믹 이후 시장 변화에 따른 선택이었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영화는 2시간 이내에 인물의 서사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16부작 드라마는 체계적이고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연기는 달랐다고 했다. 공급 형태에 따라 다른 시청 환경에서 시청하는 만큼 극을 이끄는 배우도 다른 연기를 보여야 한다. 그는 “매체의 소통적 특징을 몰라 물어가며 찍었다. 촬영중 드라마를 많이 작업한 배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영화에서는 NG인데 드라마에서는 ‘더 세게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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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다. 가난했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삼식이 삼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브로커 박두칠(송강호)이 조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은 청년 김산(변요한)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16부작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다.

극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삼식이 삼촌 박두칠은 단팥빵을 배불리 먹고 싶어 닥치는 대로 일한다. 그는 “배경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직후지만 이 시대 우리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는 극이라 좋았다”고 했다. 이어 “속을 알 수 없는 삼식이 삼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긴 호흡을 통해 입체성이 구축되는 과정이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거미집’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과 영화 ‘1승’에 이어 ‘삼식이 삼촌’을 작업했다. 중소규모 ‘1승’은 ‘기생충’으로 커리어 정점에 올랐을 때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사람도, 작품도 인연이 있다”고 했다. “인연의 소중함을 가지고 작업하게 됐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내 선택이 옳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1989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영화 ‘넘버3’(1997)로 주목받았다. 이후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변호인’(2013) ‘택시운전사’(2017) 등에 출연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로 우뚝 섰다. ‘기생충’(2019)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2019년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4관왕을 차지했고, ‘브로커’(2022)로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글로벌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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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칸영화제 연기상 수상 직후 기자실에서 만난 송강호는 ‘상이 앞으로 연기 여정에 어떻게 작동하길 바라냐’는 질문에 “전혀 작동되지 않길 바란다”고 답한 바 있다. 수상이나 성과만 바라보며 연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연기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자연인 송강호가 긴 인생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가는 동반자가 ‘배우’라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이라는 말은 안 하고 싶다. 새로운 연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나는 작업이 유일한 목적이다. 그 여정 속에 칸 수상을 비롯해 벅찬 감동을 마주한다면 기쁘겠다”고 했다.

송강호는 “배우로서 ‘소통’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진지하게 작품을 나누고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물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의도와 다르게 결과가 나타날 때는 힘들지만,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더 나아가는 모습이 원동력”이라고 했다.

배우로 누릴 더 누릴 영광이 있을까. 송강호는 칸영화제 연기상 수상, 심사위원, 오스카상 수상 등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도 송강호는 “연기는 늘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극으로 데뷔한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기는 한결같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똑같은 농도의 고통이 수반되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영화,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가 존중받는 세상이 왔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도 더 하고 싶은데, 영화 대본이 안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된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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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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