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하루 만에 법사위서 여야 ‘충돌’
유상범(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송석준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의사일정 변경 등으로 항의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민의힘이 국회 복귀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시작부터 고성과 막말로 회의가 파행됐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시작부터 ‘신경전’… 6분 만에 파행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는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법사위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간사 간의 합의 없이 진행된 회의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여당 간사를 먼저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과 유 의원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유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와 항의를 이어가자 정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방해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의원이 “최소한 간사 선임 일정을 거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유 의원은 지금 간사가 아니지 않은가. (국민의힘 의원들) 아무도 안 왔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에서 계속 항의하던 유 의원을 향해 “근데 의원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라고 물었고, 유 의원은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신가”라고 맞섰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 간의 반말이 오가기도 했다. 유 의원이 “그게 무슨 위원장 재량인가. 예의가 없다”고 말하자, 정 위원장이 “얻다 대고 반말인가”라고 소리쳤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 간의 고성이 오가자 정 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한 지 6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회의가 속개된 후에도 신경전은 끝나지 않았다. 유 의원이 “상대방 배려 좀 하라. 위원장이 하고 싶으면 정회하고 재개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는가”라고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국회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은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 야권, 방송 3법‧방통위법 법사위 의결… 여당 ‘반발’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법사위에서 방송 3법과 방통위법을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에 회부했다. 국민의힘이 법안들에 대한 체계 자구 심사를 하는 2소위로 4개 법안을 넘겨 논의를 더 하자고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 법사위 문턱을 넘은 방송 3법과 방통위법은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통과된 바 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상임위(과방위)를 통과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체계 자구 심사만이라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이미 지나간 절차를 다시 돌리면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생긴다”며 의결 절차를 진행했다.
이처럼 야당 주도로 법안이 의결되자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유상범‧송석준‧장동혁‧주진우 의원은 “여당 무시와 조롱으로 일관하는 정 위원장과 민주당의 방송장악 3법 등 강행 처리는 민주당 입법 독재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요구는 무시된 채 민주당이 원하고 바라는 방송장악 3법 등만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며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손아귀에 넣은 민주당에 더 이상 토론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은 안중에도 없었고 수적 우위만을 앞세운 입법 폭주‧입법 독재 의지만을 노골적으로 알린 22대 국회 첫 법사위였다”고 직격했다.
한편 이날 의결된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법안으로,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 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은 4개의 법안을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내주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