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GDP의 6%를 횡령한 여인 [사이공모닝]

5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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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베트남에서는 ‘역대급 횡령사건’을 벌인 일당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베트남 부동산 기업 반틴팟그룹의 쯔엉 미 란 회장. 중국계 베트남인으로 홍콩계 부동산 재벌과 결혼해 베트남 남부 호찌민 지역에 수십 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베트남 부동산의 대모(代母)였습니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 란 회장의 땅을 밟지 않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요.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란 회장은 측근들과 공모해 2018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허위 대출을 받는 식으로 304조동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6조5680억원 정도입니다. 베트남 GDP의 6%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현지 언론도 “전에 없던 횡령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가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 그룹’을 이끄는 팜 녓 브엉 빈 그룹 회장이 보유한 순자산의 3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지요.

베트남 gdp의 6%를 횡령한 여인 [사이공모닝]

베트남 GDP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을 횡령해 기소된 반틴팟그룹 쯔엉 미 란 회장. /반틴팟

작년 10월, 란 회장을 체포해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달 17일 이 사건과 연루된 85명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란 회장은 이 사건 외에도 불법 채권발행과 자금세탁을 통한 사기, 자산전용 혐의도 받고 있지요.

역대급 횡령 사건이 적발된 것은 베트남 정부가 벌여온 ‘부정부패 척결’ 기조와 맞닿아있습니다. 베트남이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주도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 3월에는 응우옌 쑤언 푹 전 국가 주석의 측근들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권력 서열 2위였던 푹 주석이 권력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 승전보는 언제 울릴까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중앙은행 감독국 등 베트남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연루됐기 때문이지요.

란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사이공상업은행을 감사·감독해야 했던 도 티 년 중앙은행 검사·감독국장은 520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감아줬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적발된 개인 횡령액 중 사상 최대 금액입니다.

뇌물의 금액이 높아진 만큼 피해자의 수도 늘었습니다. 뚜오이쩨 등 베트남 언론들은 “반틴팟 그룹의 채권을 매입한 4만2000명이 피해자로, 피해자의 수가 가장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란 회장이 구속된 후 사이공상업은행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 조짐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중앙은행이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며 사건을 진화했지요.

베트남 gdp의 6%를 횡령한 여인 [사이공모닝]

이번 횡령 사건의 주범 쯔엉 미 란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사이공상업은행(SCB)의 모습. 불법 대출을 통해 대규모 횡령 사건을 벌였다는 보도가 일자 예금자들이 황급히 돈을 빼내기도 했다. /사이공상업은행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가장 윗선의 권력자에게 줄을 대고, 그 윗선이 아래 팀원을 압박해 부정한 일을 수행하도록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뇌물 역시 고루 나눠줘야 한다는 게 정설로 퍼져 있습니다. 윗선에만 뇌물을 줬다간 실무자들이 반대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접대도 실무자부터 윗선까지 모두에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검은돈이지만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부정한 일을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도리어 공평하고, 부러운 일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물론, 그 누구든 뇌물을 받는 건 불법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뇌물이 고루 나뉘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 국장 외에 사이공상업은행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았던 모든 팀원이 각각 1억동에서 87억동에 해당하는 뇌물을 수수했다고 합니다.

◇국가 경쟁력 좀 먹는 부정부패

1986년 열린 공산당 대회에서 사회주의 노선을 수정하고 도이머이로 불리는 ‘쇄신’ 정책을 펴 온 베트남에서 부정부패는 국가 발전을 막는 사회악(惡)이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를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정부패가 꼽히곤 했지요. 이에 베트남 공산당은 2006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쟁은 종전(終戰)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에도 ‘불타는 화로’라 불리는 반부패운동을 벌였죠. 작년 베트남 공산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부패·권한 남용·횡령 등 3대 경제 범죄 사건 1만6699건을 적발해 3만3000명을 기소했다고 합니다. 올해 7월, 베트남 공산당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이 고위급 인사의 친족 등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마련하는 등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요.

실제로 부정부패 척결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내놓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은 42점을 받아 전체 180개국 중 77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보다 순위로는 10계단, 점수는 3점 올랐습니다. 5년 전인 2017년(107위)에 비교해보면 30위나 높아진 것입니다.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순위가 높습니다. 인도(85위)와 태국(101위), 인도네시아(110위)가 베트남보다 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죠.

베트남 gdp의 6%를 횡령한 여인 [사이공모닝]

지난 9월,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부정부패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 투자를 꺼리는 제 1 요소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정부 연합뉴스

쫑 서기장은 지난달 말 “반부패 캠페인을 장기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정적(政敵) 숙청 도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베트남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인 게 분명합니다.

지난 2022년 한국은 63점을 받아 31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5위), 홍콩(12위), 캐나다(14위), 일본·영국(18위), 미국(24위), 대만(25위), 칠레·아랍에미리트(27위) 등이 우리보다 청렴한 국가로 꼽혔습니다. 뉴스레터를 읽는 독자님들은 우리의 경쟁국을 어디로 보고 계신가요? 우리 순위는 만족스러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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