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에 배운 자전거... 시작이 두려운 사람 보세요
과거 열두 살쯤이었을까. 부산 사직 운동장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었다. 대여 시간은 단 1시간. 1초라도 땅에 두 발이 닿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운동장 옆으로 진열된 상점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여유 있게 쳐다보면서도 자전거를 탔다. 내리막길로 다달을 때면 두 발을 공중으로 번쩍 들고선 가속도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바람이 내 뺨을 스칠 때마다 씽씽 소리가 났었다.
당시 내가 어떻게 자전거를 배웠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자전거 타기는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 33년이 지났다. 세월만큼 자전거와의 거리는 멀어졌고 자연스레 내 몸도 그 기억을 잊어버렸다.
근 80 가까운 친구,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단다
평소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내는 백발의 친구가 어느 날 스코틀랜드 서쪽에 있는 아랜섬으로 일주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 친구가 79살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날은 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만 같았다. '너도 해 봐! 지금부터 딱 30년만 타면 일흔에 자전거 여행쯤은 눈 감고도 갈 수 있어'라는 듯이.
그렇게 작년 가을에 시작된 '마흔다섯에 자전거 타기'. 막상 까치발을 하고 간신히 자전거에 올라보니 왜 이리도 높던지. 전봇대 줄을 타려고 올라 선 예비 곡예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9월의 따뜻한 바람에도 손과 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깊게 숨을 한번 고르고 페달을 밟았다. 하나. 둘. 셋. 딱 세 바퀴만 돌렸을 뿐인데 숫자 삼을 그리면서 숲 속으로 나동그라졌다. 오른쪽 무릎 청바지가 한 일자로 찢어졌고 붉은 피를 뚝뚝 떨구고서야 깨달았다. 자전거를 배운다는 건 두려움과의 싸움이라는 걸.
45세에 배운 자전거... 시작이 두려운 사람 보세요
그 가을 동안 나는 몇 번이고 자전거에 몸을 실었고 또 종종 떨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세상 구경을 하지 못했던 자전거를 다시 꺼냈을 때 나는 마흔여섯이었다.
이제는 자전거 타는 게 제법 즐겁다. 아마도 자전거를 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치리치리'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기도 하고, 시냇가로 나와 앉은 검은 소가 몇 마리인지 세어 보기도 한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내리막길에서 오르막길로 오를 때면 어디서부터 발을 재빨리 감아야 하는지 감이 오기도 한다.
자전거 타는 게 무섭지 않다는 얘긴 절대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만큼 할 수 없는 것도 여전히 많다. 바람 때문에 앞머리가 눈 위로 떨어졌을 때가 곤혹이다. 어째 머리카락 하나도 쉽게 넘기질 못 하니 어찌할꼬. 어깨가 갑자기 간질간질거릴 때도 긁을 수가 없고, 고개를 돌려 스쿠터 타는 아들이 나를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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