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에 나오는 우아한 주택살이는 없더라고요
주택살이 2년째에 접어든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하니 주택살이의 좋은 점과 어려움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선명해진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아파트 생활만 했다. 아스팔트 위만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까지 이동하고, 집에 문제가 있으면 관리실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삶이 엄청나게 편리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느낄 여지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아파트살이를 했으니 단순하고 기본적인, 남들도 살아가는 특별한 것 없는 거주 공간이 아파트였다.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사를 하며 렌트할 집을 구할 때 1순위 고려 대상이 있었다. 바로 '주택'이어야 했다. 땅덩이가 넓은 미국으로, 그것도 도시가 아닌 외곽으로 이사 하는 마당이니 꼭 한번 주택살이를 해보고 싶었다. 미드의 한 장면처럼 커다란 개를 키우고, 뒤뜰에서 밤이면 모닥불을 피우고, 화단에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는 꿈을 꿨다. 주택살이가 얼마나 고단한지 알지 못했기에 가질 수 있었던 꿈이었다.
엄마도 주택은 처음이란다
넓은 앞뜰과 뒤뜰이 있고, 집 앞 도로를 건너면 호숫가에 닿을 수 있는 작은 주택을 빌려 2022년 겨울부터 살기 시작했다. 주변에 이웃이 거의 없어 낮에도 고요하기 그지없다. 주변에 불빛이 거의 없어 밤마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커다란 보름달을 누릴 수 있다.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주택살이의 로망은 겨울 추위를 만나며 와장창 깨졌다.
주택의 겨울은 아파트의 겨울과 다르게 말 그대로 추웠다. 특히나 공기를 데우는 미국식 난방 시스템은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였다. 온돌 문화에 익숙한 나에게 차디찬 바닥을 디디는 일은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만큼 어려웠다.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벽마다 단열재가 추가되었다고 하나 벽에서는 언제나 찬바람이 새어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눈이 오는 날은 치우느라 온종일 중노동을 해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 해 겨울 모두 예전보다 적게 눈이 왔다고 했으나 눈을 치우는 내내 남편은 입대한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영하에도 끝없이 흐르는 땀과 함께 참 노동을 맛봤다.
미드에 나오는 우아한 주택살이는 없더라고요
지하실에 보관하는 여행 가방을 가지러 내려가다 소스라치게 놀란 날도 있었다. 엄지손가락보다 약간 더 큰 어린 쥐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쓰레받기에 담아 집밖에 내다 버리며 우리 집에 인간 외 다른 생명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났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나에게 동물이란 동물원에서만 존재할 뿐이었는데, 그들이 우리 집 어딘가를 드나들고 있다니.
첫 번째 여름은 즐거우며 고통스러웠다.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온종일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은 천국이었다. 앞마당은 오케스트라 대향연이 열린 듯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들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했다. 비가 온 다음날은 들꽃들이 어여쁨을 뽐내기라도 하듯 한 뼘씩 더 자라 있었다. 내가 씨앗을 뿌린 것도 아니니 자연이 보내준 선물 같아 더없는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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