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이상했지만…" 김강민에게 모자 벗어 인사, 예우 갖춘 김광현 '이것이 야구의 낭만'

"기분 이상했지만…" 김강민에게 모자 벗어 인사, 예우 갖춘 김광현 '이것이 야구의 낭만'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 팀에서 15년 이상 같이 했는데…기분이 좀 이상했다.”

KBO리그 통산 15시즌 370경기. 미국 메이저리그와 각종 국제대회까지 수많은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 투수 김광현(36·SSG 랜더스)에게도 참으로 생경한 일이었다.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5시즌을 동고동락한 옛 동료들 상대로 공을 던지는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

지난 15일 대전 SSG-한화전. 2회말 1사 1루에서 한화 김강민(42)이 타석에 들어서자 SSG 선발투수 김광현은 모자를 벗었다. 그리곤 김강민에게 눈을 맞춘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15년을 함께한 선배에게 예우를 갖춘 김광현은 싱긋 웃으면서 모자를 고쳐 썼고, 김강민도 뭔가 표현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1년 전만 해도 두 선수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투타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2001년부터 SK-SSG에서 23년을 뛰며 인천 야구 황금기를 이끈 김강민은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선수였다. 그런데 지난해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35인 보호선수명단에 들지 못했고, 한화가 외야 보강 위해 김강민을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깜짝 지명했다.

하루아침에 23년 원클럽맨을 잃은 SSG 팬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수단도 동요했는데 당시 김광현은 자신의 SNS에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는 글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7년 김광현이 SK에 입단할 때부터 그의 뒤에는 ‘짐승’ 김강민이 있었다. 중견수로서 엄청난 운동능력과 타구 판단으로 폭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김광현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SK 왕조 시절부터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무려 5번의 우승을 함께했지만 이날은 마운드와 타석에서 서로 마주하며 ‘승부’를 벌였다.

김광현은 2회 첫 승부에서 김강민에게 1~3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지더니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5구째 커브를 다시 한 번 결정구 삼아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후 김광현은 김강민에게 인사한 것에 대해 “한 팀에서만 15년을 같이 했는데 (상대로 만나)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기분이 좀 이상했다”며 두 타석 연속 삼진 처리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승부하는 게 원칙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니까, 최선을 다해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강민만큼 한화 포수 이재원(36)과의 승부도 눈길을 끌었다. 김광현의 1년 선배로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만끽한 이재원은 지난해 시즌 후 현역 연장을 위해 방출을 요청하며 SSG를 떠났다. 연봉 5000만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포수가 아닌 상대 타자로 마운드 위 김광현을 마주했다.

김강민을 연속 삼진 처리한 김광현이지만 이재원에겐 2회, 4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2회에는 체인지업을 맞아 좌전 안타를, 4회에는 커브를 공략당해 중전 안타를 내줬다. 김광현은 “재원이형이 워낙 내 공을 많이 받았다 보니 익숙한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이 아니라서 맞혀 잡으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재원이형 타격감이 좋아서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원이형이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 좋다. 우리 팀에 있을 때 (야구가 안 돼)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금 한화에 가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편하다”며 기뻐했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재원은 올 시즌 22경기 타율 3할3푼3리(45타구 15안타) 6타점 5볼넷 OPS .748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옛 동료들과 첫 승부에서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로 SSG의 9-1 완승을 이끌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가 이어졌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4월말부터 난조를 보인 김광현은 5월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열흘간 재충전 시간을 가졌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9일 사직 롯데전 더블헤더 1차전 6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60일, 9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더니 이날까지 모처럼 연승에 성공했다. 시즌 성적은 14경기(72⅔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4.71 탈삼진 71개 퀄리티 스타트 6회. 여전히 팀 내 최다 승리, 이닝, 탈삼진, 퀄리티 스타트로 SSG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김광현은 “쉬는 동안 멘탈적으로 힘들었던 걸 가다듬었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고, 여태까지 못했던 조금씩 채워나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너무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고 하다 보니 경기를 즐기게 되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어린 투수들이 올라오면서 우리 불펜이 다들 잘해주고 있다. 선발로서 7~8이닝이 아니라 5~6이닝만 막아주면 뒤에 가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의 활약이 선배로서 뿌듯하다. 밥을 많이 사줬는데 다들 밥값을 하는 것 같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광현은 지난겨울 오원석, 이로운, 이기순, 백승건, 신헌민 등 후배 투수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비시즌 미니 캠프를 치르며 모든 숙식 비용을 책임졌다.

올해 원정에서 5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84로 김광현다운 투구를 하고 있지만 타자 친화적인 문학 홈에선 9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6.65로 고전했다. 피홈런 11개 모두 홈에서 맞았다. 김광현은 “올해 원정경기에선 계속 잘되고 있다. 다음번 홈에서 등판할 때는 잘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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