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도난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무서운 현실
교실 도난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무서운 현실
사람들은 아직도 인문계 고등학교라고 하면 대입이 전부인 양 여기고 있지만, 학교 안을 들여다보면 '뭣이 중헌디' 싶을 거다. 부연하자면, 교사에게 대입을 준비시키는 건 기본이고,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의 온갖 문제들까지 떠맡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교사들 사이에선 교직이 선망의 대상이기는커녕 '3D 업종'이 됐다는 한탄이 공공연하다.
얼마 전부터 도난 사건이 부쩍 늘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물건을 훔친 아이들을 어렵사리 찾아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적잖은 도박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학교 때부터 사이버 도박을 인터넷 게임처럼 즐겨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돈을 잃었을 때의 스트레스보다 땄을 때의 만족감이 몇 배는 더 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생 열 명 중 적어도 한두 명은 사이버 도박에 중독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하듯 말했다. 교실 내에서 친구들끼리 돈을 빌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면, 십중팔구 도박 빚을 갚기 위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교실에서 에어팟이나 전자펜 등 고가의 물건들이 도난당했다면, 해당 학급 내에 도박에 중독된 아이의 소행일 확률이 100%라고도 했다.
한때 '문제아'들의 징표처럼 여겨졌던 음주와 흡연 따위는 이제 하잘것없는 문제로 치부되는 형국이다. 술과 담배를 끊게 하는 건 애초 불가능하고, 교육이랍시고 이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는 자포자기식 하소연이 전부다. 서슬 퍼런 학생부장의 생활지도는 물론, 생활교육위원회(옛 선도위원회)의 징계조차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처벌 기록도 힘을 잃었다. 이게 어디 교칙만의 문제일까마는, 정작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규정을 어겨 처벌받을 일이 거의 없는 '순둥이'들뿐이다. 그렇다고 규정에 따라 처벌하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 사전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들
어떻게든 사이버 도박을 끊게 해야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방법이 마땅찮다. 주위에선 도박이 담배보다 몇 배는 더 끊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끊게 하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 등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완벽하게 차단해야만 가능할 거라고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모조차 두손 두발 다 든 판국에 교사가 무슨 힘이 있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아이와 학부모에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신고 창구나 도박 문제 예방 치유 센터 등 상담 기관을 알선해 주는 게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학교에서 절도나 금품 갈취 등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부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선 수시로 '사은품'까지 내걸고 아이들의 베팅을 유도한다고 한다. 개중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나 '불안을 해소하는 신경안정제'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될 마약이라는 건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어른들의 불법적 돈벌이에 아이들의 건강마저 수단으로 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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