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 난기류 사고, 유력한 범인은 ‘지구온난화’

싱가포르항공 난기류 사고, 유력한 범인은 ‘지구온난화’

지난 21일(현지시간)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 내부 모습. 이 과정에서 탑승객 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로이터 연합뉴스

싱가포르항공 난기류 사고, 유력한 범인은 ‘지구온난화’

지난 21일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공중에서 난기류를 만나 승객 1명이 죽고 70여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사고의 배후에 지구온난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했다는 것이다.

당일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가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미얀마 이라와디 분지 상공을 비행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난기류를 만났다. 주변에 구름이 있지도 않았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불과 몇 분만에 비행 고도가 3만7000피트(약 1만1277m)에서 3만1000피트(약 9448m)로 낮아졌다.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고 있던 많은 승객이 다칠 수밖에 없었다.

난기류 때문에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이 다치는 사고는 종종 벌어진다. 작년 3월에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떠나 독일로 향하던 루프트한자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면서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여객기는 난기류로 고도가 300m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난기류로 승객이 사망할 정도로 큰 사고는 드물다. 이번에는 여객기가 무려 1800m나 급강하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려면 몇 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일반적인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나타나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되는 ‘청천(靑天) 난기류’와 달리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난기류는 구름 근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일기예보 업체인 아큐웨더(Accuweather)는 사고 당시 여객기의 항로에 강력한 뇌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뇌우는 천둥과 비를 동반하는 비를 말한다. 아큐웨더는 “뇌우가 발생하면 강력한 상승기류가 동반된다”며 “여객기 기장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뇌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위성 영상에도 여객기의 항로 주위에 강한 폭풍이 형성되기 시작한 걸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하층이 데워져 불안정한 대류운은 굉장히 강한 상승기류를 만든다. 여기에 동반되는 하강기류가 난기류를 일으키는데, 이런 난기류는 구름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구름과 떨어져 있어 청천 난기류로 볼 수 있지만, 구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구름에 가까운 난기류(near-cloud turbulence)’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런 갑작스러운 난기류 발생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항공 사고 같은 비슷한 일이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레딩대 기상학과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 연구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1979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난기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 중에 여객기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타격을 받는 ‘심한 난기류’의 연간 지속시간이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55% 증가했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이동하기 힘들 정도의 ‘보통 난기류’는 70시간에서 96.1시간으로 37% 늘었고, 가벼운 난기류도 466.5시간에서 546.8시간으로 17% 증가했다. 마크 프로서 레딩대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온도 패턴이 바뀌면서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변하는 ‘급변풍(wind shear)’이 증가하고 있다”며 “2050년에는 청천 난기류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폴 윌리엄스 레딩대 교수는 여객기가 가장 많이 다니는 북미와 북태평양, 유럽 상공에서 ‘심한 청천 난기류’가 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난기류가 심해진다고 비행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10분만 견디면 됐던 심한 난기류를 앞으로는 20분, 30분씩 견뎌야 한다는 뜻”이라며 “난기류 예측과 감지 시스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교수도 청천 난기류와 구름에 의한 난기류 모두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강도와 빈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제트기류가 세지고, 이에 따라 난기류의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도 제시했다. 여객기가 이용하는 일반적인 레이더는 갑자기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에는 무용지물이다. 레이더는 폭풍 구름을 식별하는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 나타나는 난기류는 감지할 수 없다. 윌리엄스 교수는 자율주행차에서 거리 측정과 장애물 감지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를 이용하면 갑자기 나타나는 난기류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파장의 빛을 감지하는 라이다 센서는 맑은 대기에서 나타나는 난기류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다 센서를 이용한 난기류 탐지는 아직 비용이 많이 들고 장비가 무겁고 크지만, 소형화를 통해 비용을 낮춘다면 난기류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Geophysical Research Letters(2023), DOI : https://doi.org/10.1029/2023GL103814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2023), DOI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612-023-00421-3

Geophysical Research Letters(2017), DOI : https://doi.org/10.1002/2017GL07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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