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홧김에 팔지 말 걸"… 80배 폭등한 이 회사에 '충격'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애플은 오픈AI에 데이터(개인 정보)를 넘겨준 뒤엔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들은 당신을 팔아넘기고 있다.”

애플이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에서 오픈AI와 제휴를 통해 음성비서 ‘시리’에 챗GPT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지난 1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X는 분노로 일렁였습니다.

그는 애플과 오픈AI를 싸잡아 비판하며 “애플이 운영체제(OS) 수준에서 오픈AI를 통합한다면 내 회사에서 애플 기기 반입이 금지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테슬라, 스페이스X, X 등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막겠다는 얘기입니다.

머스크는 왜 이토록 오픈AI를 공격하는 걸까요. 머스크가 2015년 오픈AI 창립 멤버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투자자였고(4500만달러·약 625억원을 댔습니다) CEO는 지금의 샘 올트먼이었지요. 당시 오픈AI는 총 10억달러(약 1.4조원)의 기부금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머스크와 올트먼. 두 남자는 오픈AI 출범 초기엔 죽이 잘 맞았습니다. 구글 등에 맞서 안전한 AI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지난해 오픈AI 이사회 반란 사건으로 회사를 떠난 일리야 수츠케버 최고과학자(CSO)도 구글에서 데려왔습니다. 사실상 머스크가 영입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머스크의 실수, MS의 ‘신의 한 수’ 문제는 올트먼이 머스크 못지않은 야심가였다는 사실입니다. 오픈AI의 AI 기술이 궤도에 오르자 그는 사세를 키우려 했습니다. 비영리 연구소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해 투자를 더 받아야 한다는 게 올트먼의 생각이었습니다. 한 개인이나 기업이 통제하지 않는 ‘리눅스 버전의 AI’를 꿈꿨던 머스크는 펄쩍 뛰었습니다. 머스크는 차라리 테슬라와 합병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는 결국 2018년 지분을 정리하고 오픈AI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합니다.

돌이켜보건대 머스크의 이 결정은 땅을 치고 후회할 실기였습니다. 오픈AI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이날만을 기다리던 두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CEO였습니다. ‘걸림돌’ 머스크가 떠나자 올트먼은 곧바로 계획을 실행합니다.

이듬해 오픈AI는 MS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후 오픈AI의 가능성을 확인한 MS는 총 130억달러(약 17.7조원)를 투입합니다.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죠. 하지만 이 투자는 5년 뒤 MS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끌어올린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오픈AI를 업은 MS는 지난해 챗GPT가 불러일으킨 AI 붐을 올라타며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00억달러(약 111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립 초기 1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평가액이 80배 늘어난 셈입니다.

사실상 오픈AI 통제하는 MS 작년 말 오픈AI 내부에서 벌어진 올트먼 해임 소동도 MS엔 기회였습니다. 오픈AI 이사회는 소통 부재를 이유로 올트먼을 해임했지만, 대다수 직원은 그를 지지했지요. 지난 10년간 MS를 부활시킨 ‘베테랑 CEO’ 나델라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나델라는 올트먼을 MS로 영입함과 동시에 오픈AI 이사회엔 투자자로서 경고를 날렸습니다. MS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올트먼이 CEO에 복귀하면서 반란은 5일 만에 진압됩니다. 이를 계기로 MS는 오픈AI 이사회에 합류했습니다. 오픈AI가 실제 ‘누구의 회사’인지 만천하에 알린 사건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오픈AI와 MS가 ‘적과의 동침’ 관계라는 주장을 폅니다. MS는 오픈AI 지분 49%를 가진 최대 주주지만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게 아닌 창출 이익의 49%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S가 구글 딥마인드 출신 인재를 영입해 자체 AI 개발에 나섰고, 오픈AI 역시 애플과 협력을 맺는 등 독자적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트먼에겐 오픈AI 지분이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지분 없는 창업자가 쫓겨난 사례는 테슬라를 포함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주장은 오픈AI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누가 제공하는지 모르고서 하는 얘기입니다. MS의 애저(Azure) 클라우드입니다. MS는 오픈AI의 독점적 클라우드 제공 업체이자 IP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엔비디아가 GPU로 떼돈을 버는 것처럼, 챗GPT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MS 클라우드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저자 반병현에 따르면 GPT-4의 학습에 필요한 서버 비용은 매달 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년이면 7000억원입니다. 오픈AI가 더 많은 파트너십을 구축할수록 MS는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머스크 “오픈AI, 독점기업에 넘어가” 오픈AI를 장악한 MS는 테슬라 및 머스크와도 사실상 경쟁 관계에 돌입했습니다. 오픈AI 출범부터 참여한 머스크가 이 구조를 모를 리 없겠지요. 지난해 그는 “오픈AI가 독점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갔다”고 비판하며 AI 기업 xAI를 설립합니다. 최근 이 회사는 60억달러(약 8.3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머스크는 “xAI의 사전 평가된 기업가치가 180억달러(약 25조원)”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며 AI & 로봇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테슬라는 오는 8월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MS의 발 빠른 AI 행보가 오롯이 나델라의 지휘 아래 이뤄진 걸까요. 2022년 올트먼은 GPT-4 베타 버전의 챗GPT를 나델라 앞에서 처음으로 시연합니다. “좀 더 발전되면 가져오게나.” 그 자리에서 올트먼에게 조언한 인물은 놀랍게도 게이츠였습니다.

그는 2020년 이사회 사임 후 MS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MS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석 달 뒤 올트먼은 게이츠에게 발전된 챗GPT를 ‘보고’합니다. 생물학 등 까다로운 질문에도 척척 답변을 내놓는 챗GPT와 빠르게 결과물을 가져온 올트먼에 게이츠는 크게 흡족해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일론 머스크」)

돌아온 ‘어둠의 군주’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은퇴 후 다양한 자선 활동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CEO 시절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냉혹한 승부사이기도 했습니다. MS 윈도의 독점적 영향력에 밀려 넷스케이프 등 군소 업체들은 줄줄이 사라졌습니다.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MS에 대한 이미지는 ‘어둠의 군주’에 가까웠습니다. 게이츠의 저돌적이고 때론 잔인했던 경영방식은 머스크와도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2년 5월

는 공매도 등 두 남자의 갈등 스토리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03년 설립 이후 혁신기업 테슬라의 경쟁자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초기엔 GM과 포드 등 내연기관 완성차업체들이었습니다. 이후 테슬라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하며 애플이 최대 경쟁자로 지목됐습니다. 이제 혁신 경쟁의 ‘끝판왕’ 자리는 애플 대신 MS가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AI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4편 ‘옵티머스 프라임’서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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