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성장통인가…혼란 빠진 LCC 강자

연이은 사고에 흔들리는 티웨이항공

유럽까지 노선을 늘리며 승승장구하던 티웨이항공이 지연, 안전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항공기 지연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자, 소비자는 “티웨이를 못 믿겠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단순 소비자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까지 칼을 빼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돌입, 7월 중 안전대책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6월 21일 내렸다.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 노선 확대에 나서는 티웨이항공이 각종 안전 논란에 휘말리자, 선제적으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위기인가 성장통인가…혼란 빠진 lcc 강자

유럽 노선 취항을 앞둔 티웨이항공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티웨이항공 제공)

6월 2째 주에만 4편 항공기 지연

오사카 ↔ 자그레브 바꿔치기 논란까지

티웨이항공은 6월 13~17일 사이에만 5편의 항공기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는 지연 사태를 일으켰다.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하면서 한국과 일본, 태국 등에서 국제선 승객 수백 명이 불편을 겪었다. 정비 불량과 기체 결함이 문제였다. 특히 6월 13일 발생한 인천발 오사카행 비행기 지연 사건은 티웨이항공을 향한 불신에 불을 붙였다. 인천공항에서 오사카공항으로 가는 티웨이항공 TW283편은 이륙 준비 과정에서 항공기 연료 펌프 이상 문제를 발견, 11시간 지연됐다. 기내에서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승객 310명 중 204명이 탑승을 포기했다.

해당 기체가 본래 오사카로 갈 기체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졌다. 이른바 ‘기체 바꿔치기’ 의혹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날 본래 오사카행으로 배정된 HL8500 항공기를 빼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향할 예정이었던 HL8501 항공기를 오사카행으로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결정을 두고 오사카행 비행기 탑승객 사이에서 ‘우리가 희생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자그레브행은 장거리 비행이다. 표 가격 자체가 비싸다. 때문에 지연되면 피해 보상 손실이 더 크다. 유럽 항공당국은 비행기가 지나치게 지연되면, 손실보상금 외에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한다. 반면 오사카행은 단거리다. 보상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기체 결함을 미리 인지한 티웨이항공이 보상 금액을 줄이기 위해 자그레브행 비행기는 제시간에 보내고 오사카행을 지연시켰다는 주장이다. 티웨이항공 측은 이에 대해 “항공기 교체 과정에서 보상 관련 규정을 고려한 바는 전혀 없고, 자그레브공항의 야간 조업 제한 시간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정상적인 절차였을 뿐, 보상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의 본격적인 유럽행 장거리 노선 취항을 앞두고 각종 지연 사고가 일어나자, 담당 당국인 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하반기에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6월 21일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티웨이항공 측에 7월 안으로 안전대책을 마련,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

다. 나아가 이번 여름 지연·결항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지연·결항 사례에서 소비자 보호조치 의무 위반이 확인된다면 과징금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특히 11시간 지연돼 논란이 된 티웨이항공의 인천발 오사카행 항공편에 대해서는 정비 규정 준수·사업계획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26일 실무진에 “최근 국적 항공사의 난기류 사고, 여압 장치 고장 사고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잦은 고장·결함 등으로 항공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기업결합과 관련된 LCC들은 항공기 정비, 조종사 훈련, 지상조업, 부품 확보 등 안전 운항체계 전반을 재점검해 장거리 운항 능력과 서비스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장거리 LCC 각광받았는데

기재·정비 인프라 부족 지적…뼈아프네

올해 초만 해도, 티웨이항공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다. 유럽 항공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조건으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중복 노선 4개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이관할 것을 내걸었다. 광동체 비행기(대형 비행기) 도입 계획을 세우며 중·장거리 노선을 늘리는 데 집중하던 티웨이항공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던 다른 LCC와 달리 티웨이항공은 2020년대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중거리 노선을 확보하고 있었다. 인천~시드니 노선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 결국 장거리 유럽 노선을 따냈다. 티웨이항공 측도 성공적인 운항을 자신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온갖 정비·지연 문제를 일으키며, 우려를 일으킨다.

항공업계와 시장이 진단하는 티웨이항공이 삐걱대는 이유는 2가지다. 장거리 운영을 위한 인프라 부족과 지배구조 부담이다.

첫째, 장거리 운영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비 인력, 부품 수급, 기재 등이 당장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 지난 오사카행 비행기 지연 사건은 인프라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항공업계에서 배정된 항공기를 바꾸고 11시간이나 지연된 사례 역시 흔하지 않다. 지연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보통은 예비 기체를 투입한다. 뾰족한 대책 없이 대기만 했다는 것은 비행기의 대체편이 한 대도 없었다는 뜻이다. 중·단거리 중심으로 노선을 꾸려온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대수는 31대다. 반면, 장거리 노선을 운행해왔던 대한항공은 항공기 보유 대수가 160여대다. 단거리 노선만 진행했을 땐 적은 대수로도 가능했지만, 변수가 많은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려면 비행기 추가 확보가 필수다. 이관받는 유럽 노선을 제대로 운항하려면 최소 10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현재 해당 노선에 투입 가능한 비행기는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A330-200 5대 정도다. 티웨이 측은 올해 안으로 7대를 자체적으로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부채 비율 등 재무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정비 인프라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티웨이항공에서 진행한 안전 설문조사 관련 내부 문건이 언론을 통해 유출됐다. 해당 조사에서 정비사, 운항관리사 등 안전 관련 직군 종사자들은 티웨이항공이 안전 관련 인프라가 부실하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장비·여건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있다(5점 만점)’는 문항에 정비사 직군은 평균 2.9점, 운항관리사는 2.44점이라고 답했다. ‘사고, 준사고, 안전장애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이 제대로 취해지고 있다’ 문항에는 정비사 평균 점수가 3.24점에 머물렀다.

둘째, 사모펀드 영향력이 큰 지배구조가 안전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티웨이항공 2대 주주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세운 투자목적회사 더블유밸류업이다. 2대 주주지만 영향력은 최대주주 못지않다.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와의 지분 차이가 1.25%에 불과하다. JKL파트너스는 티웨이항공이 3자 주주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800억원어치 CPS(전환우선주)를 사들였다. 당시에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지만, 이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JKL파트너스는 코로나 기간 동안 티웨이항공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업황 회복이 되면서 JKL파트너스 측은 투자금 회수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지분 매각을 위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펼친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최근 3년간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회사 능력을 넘어서는 노선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한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 티웨이항공이 적극적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항공업은 고객 신뢰가 중요하다. 티웨이항공 측도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이다. 당장 티웨이항공이 급격히 흔들릴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정부 당국이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후속 대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반진욱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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