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상폐설’에 얼어붙은 코인 시장

코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법’ 시행

비트코인 현물 ETF와 함께 기지개를 켰던 디지털자산(코인) 시장이 6월 들어 다시금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6월 27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약 6만1000달러다. 7만1000달러에 육박했던 6월 초와 비교하면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코인 시가총액 합은 올해 3월 1조3000억달러에서 최근 1조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코인 시장 침체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유출세 심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강세에 따른 자본 이탈, 마운트곡스 해킹 피해 보상 날짜 임박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개중에는 국내 이슈도 있다. 바로 오는 7월 19일 시행 예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리스크다.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이 여럿 담겨 있지만 정작 투자자는 법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동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기적인 ‘코인 심사’를 예고했는데,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이 ‘무더기 상장폐지(상폐)’를 당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공포가 확산됐다.

‘무더기 상폐설’에 얼어붙은 코인 시장

‘무더기 상폐설’에 얼어붙은 코인 시장

‘무더기 상폐설’에 얼어붙은 코인 시장

석 달에 한 번, 코인 심사 의무

조건 미부합 땐 상폐 가능성도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은 국내 최초 코인업권법이다. 관련 시행령이 6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 채비를 끝마쳤다.

법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 조종 등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해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법 위반 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거나, 부당하게 거둔 이득 2배에 상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동안 코인 시세 조종 등 행위는 형법상 처벌이 어려웠지만 이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코인 거래소가 해야 할 일도 늘었다.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 즉각 금융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예치금은 공신력 있는 은행에 보관하고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은행이 이용자에게 직접 예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도 생겼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의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지점은 ‘코인 거래 지원 심사’ 의무다.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을 비롯해 금융당국에 신고된 29개 거래소는 상장 코인 거래 지원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최초 6개월 동안 거래 지원 유지 여부를 심사하고 이후에는 3개월마다 한 번씩 점검하기로 했다.

알려진 상장 유지 심사 항목은 크게 4가지다.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여부 등이다. 예를 들어 코인 발행사가 중요 사항을 미공시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공시 사항 변경을 반복하는 경우, 또 코인 총 발행량과 유통량 계획을 바꾸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백서’가 부실한지 보안 사고 등이 발생하는지도 점검한다.

심사 항목을 공개했다는 건,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코인은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심사 기준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예정 코인 리스트’가 확산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해당 코인 이름과 함께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너무 높은 국내 유통비율, 거래소 단독 상장, 한국 기업이 발행한 이른바 ‘김치코인’, 불명확한 유통량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런 리스트가 유포된 후 언급된 코인은 일제히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한 코인 투자업계 관계자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른바 ‘지라시’에 투자 시장이 반응한 이유는 명확하다.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금융당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본보기 식이라 할지라도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코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며 “그동안 당국이 문제 삼아왔던 단독 상장 코인과 김치코인이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현재 거래 지원 중인 코인 중 단독 상장 코인과 김치코인 비중은 꽤 높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체 거래 중인 코인 수는 600종으로, 이 중 332종은 국내 거래소 한 곳에서만 거래되는 ‘단독 상장’ 코인이었다. 전체 133종 코인은 한국인이 발행했거나 또는 국내 사업자에서 주로 거래되는 ‘김치코인’이다.

코인업계 “줄상폐는 없을 것”

대신 ‘거래소 줄폐업’ 리스크도

무더기 상폐론이 확산되자 국내 거래소는 진화에 나섰다.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는 “일부 커뮤니티에 퍼진 상폐 목록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대량 거래 지원 종료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다른 거래소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코인 거래소에서 자체적인 거래 지원 유지 심사 제도를 저마다 갖춰놓고 있다. 공개된 심사 항목 역시 기존 코인 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가 마련한 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며 “3개월에 한 번씩 심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보다 꼼꼼히 살펴보긴 하겠지만 우려처럼 무더기 상폐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닥사 역시 국내 거래소와 의견을 나누며 코인 거래 지원 심사 관련 자율 규제안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닥사 회원인 5개 원화마켓 거래소는 물론 나머지 20여개 코인 거래소도 참여한다. 전체 국내 거래소가 협업해 공통 자율 규제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상폐 가능성은 여전하다. 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이 이뤄질 경우 더 그렇다. 금융위원회는 임시 조직으로 운영했던 금융혁신기획단을 최근 6년 만에 디지털금융정책관으로 정규 조직화했고, 산하에 코인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상자산과’를 신설했다. 가상자산 전담조직이 생기면서 거래소 규제·감독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코인 상폐와 별개로 최근 ‘거래소 줄폐업’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리스크다. 올해 1월 초 후오비코리아에 이어 2월에는 프로비트, 4월 오케이비트, 5월 한빗코, 6월 지닥 등 굵직한 중소 거래소가 연이어 영업 종료를 알렸다. 여기도 가상자산법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코인 투자 혹한기 ‘크립토 윈터’가 길어진 데다 5대 원화마켓 거래소로 쏠림 현상, 여기에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강화될 규제·감독을 사업자들이 견뎌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자금 반환을 둘러싸고 투자자 사이에서 여러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코인 거래 지원, 거래소 폐업 등 당장 리스크가 늘어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부실 코인과 거래소를 가려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투자 생태계가 건전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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