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新 엔진 정비 공장’ 첫 삽… MRO 사업 본격 확대
대한항공이 항공기 정비 사업(MRO)을 위해 김포공항 인근 대한항공 본사에서 운영 중인 김포 격납고 모습.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 항공기 정비에 특화돼 있다. 대한항공은 김포뿐 아니라 인천과 부산에 격납고를 두고 MRO 사업을 벌이고 있다./대한항공 제공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철저한 정비다. 보통 ‘안전 운항’이라고 하면 이륙해서 착륙하는 순간까지만을 떠올리지만, 항공기가 지상에 서 있는 동안에는 ‘MRO’가 안전 운항을 책임진다.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분해 점검)의 앞글자를 딴 말로, 기체·엔진·부품을 정비하는 작업을 통칭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MR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을 짓는 첫 삽을 떴다. 연면적 약 14만200㎡,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의 엔진 정비 단지가 완공되면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가 연간 100대에서 360여 대로 늘어난다. 대한항공이 정비 수용 능력을 늘리면 국내 항공 MRO의 해외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항공 MRO 전체 물량의 절반(2020년 기준 약 1조7000억원 상당)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 MRO 시장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정비부터 엔진 수리까지
대한항공은 인천·김포·부산에 있는 격납고에서 24시간 항공기를 정비한다. 매 이륙 전과 착륙 후에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는데,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도 높다.
인천 격납고는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보잉 747 항공기 2대 이상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부산 격납고는 기체 정비에 특화돼 있다. 부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페인팅 작업이 가능한 곳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을 정비하는 우수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2년 우리나라 항공 당국과 미 연방항공청(FAA) 인가를 받아 항공기 엔진 수리를 시작했다. 1976년 보잉 707 항공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까지 총 5000대에 가까운 엔진을 재탄생시켰다. 고장이 난 항공기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하고, 수리한 뒤 장착하는 중정비가 가능하다. 자사뿐만 아니라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 미국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항공기 엔진 수리도 수주한 바 있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도 대한항공에 일부 엔진 정비를 맡긴다.
◇23년 연속 인명 무사고… 아시아나 통합 이후 시너지 기대
대한항공이 23년 연속 인명 무사고 운항을 이어온 배경에는 탄탄한 정비 역량이 있다. 본사 내부에 정비본부를 두고 MRO 사업을 운영한 것이 그 비결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의 정비 물량을 흡수하고 양사 정비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