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도 철강도 탄소비용 눈덩이…'탈탄소' 압박 가중

반도체도 철강도 탄소비용 눈덩이…'탈탄소' 압박 가중

철강 공장. 연합뉴스

철강 공장.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세 도입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적 산업전환 압박이 우리 경제에 가중되고 있다. 앞으로 수조원대 기회비용이 추산되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과제를 경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16일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현행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가 지속되는 경우 2040년부터 연간 1910억원의 '유럽 수출' 비용이 발생한다. EU가 2026년 본격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CBAM은 철강 등 탄소집약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의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한 일종의 관세 제도다.

 

EU는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 비중 13.5%를 차지했는데, 이는 아세안(17.9%)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EU 수출 비중은 2020년 9.3%에서 매년 상승하며 수출 의존도를 키웠다.

 

반도체 업계에 대해서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경고를 냈다. 203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달성을 못하면 '안써도 될 비용'을 수조원씩 부담한다는 추산이다. 2030년 한해에만 삼성전자가 14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이는 RE100을 통해 회피할 수 있는 '탄소세' 지출,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상승분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도 CBAM 유사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2030년 원료별 전력가격은 2022년 대비 천연가스가 9% 안팎 상승, 재생에너지는 52%대 급락이 전망됐다.

 

연간 수출실적 1천억달러 안팎의 반도체, 200억달러 이상 수출이 유지되는 철강 등 수출주도 산업의 기후대응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는 물론, 특히 전기를 대량 소비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지적된다.

 

철강산업은 전통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로-전로' 방식은 석탄 가공재인 코크스를 태워야 해 '철강을 1톤 만들면 탄소도 2톤 만든다'고 할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다.

 

전기로 비중 확대나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전기로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확보가 간단치 않고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기술이다.

 

반도체는 전력 대량소비가 불가피한 산업이다. 2022년 기준 삼성전자는 3만7천GWh, SK하이닉스는 1만2천GWh의 전력소비량을 공시했는데, 같은 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5만6천GWh)의 87%가 이들 두 회사만으로 소진된다.

 

이 와중에 다국적기업들은 RE100 캠페인에 대거 참여하고 있고, 납품 과정에도 RE100 충족을 요구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협력사 포함 전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수출에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인 셈이다.

 

반도체도 철강도 탄소비용 눈덩이…'탈탄소' 압박 가중

기후솔루션의 분석 결과 배출권 평균가격은 2040년까지 약 8만1천원(현 정책 시나리오)에서 13만6천원(탄소중립 시나리오)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40년 연간 32조6천억원~66조5천억원의 유상할당 수익 확보가 전망된다.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솔루션의 분석 결과 배출권 평균가격은 2040년까지 약 8만1천원(현 정책 시나리오)에서 13만6천원(탄소중립 시나리오)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40년 연간 32조6천억원~66조5천억원의 유상할당 수익 확보가 전망된다. 기후솔루션 제공

온실가스 감축 제도를 정비해 탄소비용을 제대로 매겨 무역장벽을 예방하고, 재생에너지 자체의 확대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된다.

 

기후솔루션은 현행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의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과도 배정하는 데다, 무상할당 비중마저 크게 잡아 온실가스 감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배출권 전량을 무상할당 받은 철강업체는 이 배출권을 거래해 별도 수입까지 얻는다.

 

따라서 유상할당 비중을 강화해 국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EU의 10% 수준을 밑도는데, CBAM이 본격 시행되면 업계가 누려온 이 차액만큼 유럽에 탄소세로 토해낼 수 있다.

 

유상할당 강화로 마련되는 재원을 저탄소 기술에 재투자할 것도 제안됐다.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정부 지원액 2685억원은 독일(약 10조2천억원)이나 일본(4조원 이상)에 비해 극히 낮다. 기후솔루션은 "유상할당 강화는 '녹색무역 관세'로 타국에 나갈 돈을 국가재원으로 걷는 것이다. 재원을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화석연료 중심 '구시대적' 전력수급계획의 개선을 촉구했다. 정부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전력에 LNG발전소 6기 신설, 동해안 석탄발전소와의 계통연결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 국가산단에는 입주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가산단의 준공 시점이 2031년으로 예정됐는데 이 시점부터 석탄화력 발전에 의존한 제품을 생산해서는 국제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인텔의 RE100 목표 시점은 2030년, TSMC와 ASML의 목표는 2040년이다.

 기후환경단체는 국가산단을 재생에너지 기반 클러스터로 조성하도록 정부와 업계가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그린피스는 "국가산단 내 LNG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힘써야 한다. 기업도 RE100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도 철강도 탄소비용 눈덩이…'탈탄소' 압박 가중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비교. LCOE는 발전 설비의 건설부터 폐기까지 전 수명 주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것으로, 재생에너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단가가 낮아진다. 그린피스 제공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비교. LCOE는 발전 설비의 건설부터 폐기까지 전 수명 주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것으로, 재생에너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단가가 낮아진다.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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