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친 SK하이닉스 HBM, 新공장 건설로 쐐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선제 대응

    사실상 HBM 엔비디아 독점 공급 중, 삼성전자 제쳐

    최태원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공장 추가 건설 가능”

    지난해 말 대비 현금 +1조4000억 원, 투자 여력 충분

삼성전자 제친 sk하이닉스 hbm, 新공장 건설로 쐐기?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SK하이닉스]

“M15X는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메모리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로 거듭나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4월 24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충북 청주시에서 신규 D램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M15X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D램으로 글로벌 ‘AI 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 곽 사장은 “이번 투자가 회사를 넘어 국가경제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이는 4월 3일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지 3주 만에 내놓은 추가 투자 계획이다. 최소 수조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한 달 새 두 개나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타임 투 마켓’… 용인 공장 지으면서 청주에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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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가 건설되는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단지도. [SK하이닉스]

최근 SK하이닉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산시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가 촉발한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발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생산능력(Capacity·캐파)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선제 대응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엔 투자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의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 훼손 없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 수요 부진 여파로 설비 투자를 최소화한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4월 말 청주 캠퍼스 내에 신규 D램 공장 M15X를 짓기 시작했다. 내년 11월 준공 후 2026년 3분기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건설비 5조3000억 원에 각종 장비까지 총 20조 원 이상이 예상되는 대규모 투자다.

M15X는 연면적 21만㎡(6만3000평) 규모의 복층 팹이다. 여기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공정을 갖춘다. 특히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캐파를 확장하고 있는 M15와 인접해 HBM 생산 효율 극대화를 꾀한다.

HBM은 수직으로 쌓아 올린 D램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고 TSV 기술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부가·고성능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3에 이어 5세대 HBM3E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경쟁사 삼성전자는 발열, 전력 소비 문제로 아직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공식화한 팹 건설 계획이 있다. 2046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팹 4기를 순차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총 415만㎡(약 126만 평) 부지에 △반도체 공장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 협력화 단지 △인프라 시설 등을 조성한다.

첫 번째 팹은 내년 3월 공사에 착수해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현재 해당 팹을 짓기 위한 1단계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각각의 팹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첫 번째 팹만 준공 시점 수요에 맞춰 D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팹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추가로 청주에 D램 팹을 짓기로 한 까닭은 당초 예상보다 AI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용인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이 완공되는 2027년 상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전에 D램 캐파를 확장해야 고객과 시장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전략이 통할 수 있는 까닭이다.

HBM 수요 연평균 60% 이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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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가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신규 D램 팹을 지을 장소로 청주를 낙점한 것 역시 시간 단축 목적이 크다. 이미 부지가 확보돼 있어 빠르게 건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M15X는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으로 검토됐으나 수요를 고려해 변경됐다. 이에 이천에서만 D램을 생산하던 기존 공식도 깨졌다.

SK하이닉스가 D램 설비 확충에 팔을 걷은 이유는 HBM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HBM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 생산 물량까지 ‘솔드아웃’(5월 기준) 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곽 사장은 5월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AI는 현재 데이터센터 중심에서 향후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으로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라며 “AI에 특화된 초고속, 고용량, 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사장)의 발표에 따르면 AI 시대 도래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총량이 2014년 15제타바이트(ZB)에서 2030년 660ZB까지 44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데이터를 저장, 축적,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게 메모리다. 그러니 폭발적 수요 증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 셈이다.

이로 인해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가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약 5%(금액 기준) 수준에서 2028년 61%로 대폭 증가가 예상된다. 메모리 시장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AI 메모리의 대표 주자 격인 HBM 수요는 연평균 60%를 웃도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공급사 캐파 확대에 따른 HBM 공급과잉을 우려하기도 한다. 현재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은 물론 캐파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올해 이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Parameter) 증가와 모달리티(Modality) 확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으로 데이터와 모델 사이즈가 증가해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6세대 HBM4 이후로 가면 맞춤형 수요(Customizing needs) 증가로 과잉 공급 리스크가 더 줄어들 거란 게 반도체업계 중론이다. 선단 공정 기술력 확보와 대규모 투자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공급 과잉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해외 공장 건설 계획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 2028년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에서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는 게 목표다. SK하이닉스의 첫 미국 생산기지다.

그동안 회사 측은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를 결정,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 왔다. 미국으로 눈을 돌린 건 AI 분야 빅테크 고객이 집중돼 있고, 첨단 후공정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는 점 때문이다.

인디애나주로 장소를 정한 데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은 물론 주 정부의 적극적 투자 유치 활동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건설 비용 총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미국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생산기지 확충 계획이 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월 말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HBM은) 국내 증산에 더해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든 추가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2분기부터 HBM3E 매출 반영, 수익성 개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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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SK하이닉스]

다만 SK하이닉스의 연이은 투자 계획으로 인한 재무 부담 가중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투자로 차입 확대와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돼 필수 투자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태도다. 질적 성장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와 고수익 제품 중심 판매로 수익성을 개선해 현금 유입량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0조3190억 원으로 작년 말(8조9210억 원) 대비 1조4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흐름이 5조3850억 원으로 투자 활동(-3조2260억 원)과 재무활동(-9130억 원)으로 유출된 현금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고, 4분기엔 유입된 현금이 유출된 현금을 4000억 원가량 상회하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HBM3E 8단 제품도 매출에 반영돼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영업현금흐름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3개월 전(29조4700억 원)과 비슷한 29조5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유 현금 증가로 순차입금은 작년 말보다 1조3600억 원 감소한 19조1900억 원이다. 차입금과 순차입금 비율은 각각 53%와 35%로 지난해 말 대비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 담당(CFO·부사장)은 “제품 수요 전망에 근거해 투자 시기와 규모, 팹별 양산 시점과 속도를 유연히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며 “중장기 투자는 현금 창출 수준을 감안해 집행할 예정으로, 재무건전성과의 균형을 고려해 자금조달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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