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했던 개혁파 1위·최저 투표율…불안한 하메네이

1차 결과, 이란 최고지도자에 '타격'…서방언론 "하메네이. 국민파워에 겁먹어"

최종결과 후계구도에도 영향 가능성…"승계 작업에 도움될 대통령 원해"

비토했던 개혁파 1위·최저 투표율…불안한 하메네이

이란 대선에서 투표하는 아야톨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과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서방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결선이 남아 있어 최종 승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유일한 개혁 성향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펼쳐진 데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메네이는 대선 사흘 전인 지난 25일 연설에서 "혁명에, 이슬람 체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 페제시키안을 사실상 비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어 높은 투표율이 "정권의 내구성과 안정성, 세계에서의 명예와 존엄성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하메네이는 이슬람 신정일치(이슬람 성직자 통치론) 체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한 국가 1인자다.

이번 대선 결과는 그런 하메네이의 선거 직전 '표심 다잡기'가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민생고와 경제난, 히잡시위 여파 속에서 현 권력층에 대한 민심 이반과 저항이 이번 투표에 투영됐다는 점에서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9일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민의 힘(people power)에 겁에 질려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부패한 정권의 정당성에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40%를 기록한 역대 최저 투표을을 거론하며 "많은 사람들이 독재에 의해 망가진 나라에서 투표하는 것은 웃음거리라고 일축하는 가운데 투표 당일 수도 테헤란 거리는 묘하게 조용했다"며 "투표소 밖의 긴 줄 대신 선거 감시원들은 텅 빈 모스크에서 책상에 앉아 낮잠을 잤다"고 비꼬기도 했다.

비토했던 개혁파 1위·최저 투표율…불안한 하메네이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두 후보

이번 선거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일주일 뒤인 내달 5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개표 완료 결과 1천41만여표(42.5%)를 얻어 1위를 차지한 페제시키안 후보는 20년 전 개혁 성향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을 지낸 외과의사 출신이다.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합리적 단속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2015년 미국 등과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의 주역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 개혁 성향 정권을 이끌었던 두 전직 대통령 모하마드 카타미와 하산 로하니의 지원을 받았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여전히 개혁파 지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 표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외교관 출신 사이드 잘릴리 후보는 947만여표(38.6%)를 득표해 2위에 올랐다.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를 3위로 밀어내고 보수 정통파의 희망으로 떠오른 그는 이란의 경제 불황을 서방 제재 탓으로 돌리며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잘릴리 후보에게도 당선을 위해 보수층 표심을 더욱 끌어모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그가 이번에 얻은 표는 2021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 득표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비토했던 개혁파 1위·최저 투표율…불안한 하메네이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두 후보

이코노미스트는 두 후보 모두 결선투표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대방을 '이란 체제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극단으로 갈라진 이란 사회의 문제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후보는 또 이란 내부의 민족 간 갈등을 선거전에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잘릴리 후보는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이란 동북부 마슈하드 출신으로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며 정권의 핵심에 진출해있는 이란 주류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반면,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방에서 아제르바이잔계 부친과 쿠르드계 어머니 등 소수민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페제시키안 후보는 페르시아의 지배에 분개하는 소수민족을 동원하려 할 수도 있다.

두 후보의 이러한 선거 전략 역시 하메네이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하메네이도 민족 간 갈등과 관련돼 있다. 그의 가족은 튀르키예어를 사용하는 이란 북서부 아제르족이지만, 본인은 마슈하드에서 자랐다.

아울러 대선 결선투표는 이란이 안고 있는 2가지 큰 문제 속에서 치러진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중동 분쟁과 핵 프로그램, 러시아·중국과의 우호 관계 강화 등 이란의 불안한 지정학적 입지가 첫번째이다.

두번째는 후계구도 문제이다. 올해 85세의 고령인 하메네이로서는 이란의 후계구도 승계 작업을 이끄는 일을 도울 대통령을 원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궐위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자리 중 하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하메네이는 여전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심사·승인하는 헌법수호위원회, 선거를 관리하는 내무부 등이 모두 하메네이 아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이란은 반복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인기 없는 정권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선거는 많은 사람이 하메네이의 통치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바로 국민의 힘(people power)이다"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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