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특허전쟁…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첫 소송

SK하이닉스로부터 1500여 개 반도체 관련 특허를 넘겨받은 한국계 특허관리기업(NPE) 미미르IP가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특허를 사들인 NPE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제소한 첫 사례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자사 반도체 특허를 NPE에 넘긴 만큼 조만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제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기업 간 기술 전쟁이 NPE를 지렛대 삼아 ‘특허 대리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미르IP는 지난 3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마이크론과 마이크론 제품을 사용한 테슬라, 델, HP, 레노버 등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특허 사냥꾼’으로 불리는 NPE는 기업으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뒤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금과 합의금 등을 받아내는 게 수익 모델이다.

미미르IP는 지난달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특허 1500여 개를 넘겨받자마자 회로, 전압측정 장치,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 등 6개를 골라내 소송을 걸었다. 승소한다면 손해배상금이 최대 4억8000만달러(약 6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관행대로 손해배상금을 SK하이닉스와 미미르IP가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메모리 시장을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라며 “반도체 패권전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특허 전쟁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단독] 반도체 특허전쟁…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첫 소송

AI 반도체가 깨뜨린 '특허공유 불문율'…대리 소송전 확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위협에…"HBM 물러설 수 없다" 우회 공격

한때 10여 개 회사가 나눠 갖던 글로벌 D램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 체제로 전환된 건 10여 년 전부터였다. ‘치킨 게임’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싸우면서도 기술에 대해선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등 대체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 얽히고설킨 기술이 많은 반도체산업 특성상 한번 소송전이 시작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암묵적 룰을 깨뜨린 건 그사이 등장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이다. 범용 D램 제품을 생산해 어디에나 팔던 시대가 지나고, 엔비디아 등 특정 ‘큰손’에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달라고 구애하는 쪽으로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뀌어서다. 큰손의 낙점을 받으려면 내가 잘하는 것만큼이나 적이 헤매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NPE가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직접 등판해야 하는 부담 없이 ‘대리 소송’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한몫했다.

산업계는 AI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기업 간 특허 소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허 소송으로 HBM 경쟁사 압박업계에선 미미르IP가 SK하이닉스로부터 특허를 건네받자마자 마이크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SK하이닉스가 NPE를 통해 대리 소송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HBM이 있다.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69억달러(약 23조원)로 지난해(43억달러)보다 4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50조~100조원 시장이 된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 패권을 놓고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라이벌이다. HBM 시장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최근 5세대 제품(HBM3E) 개발에 성공하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시장을 나눠 먹겠다고 선언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인력을 스카우트해 SK하이닉스가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NPE를 통한 특허 소송 압박 역시 마이크론이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 3월 NPE 로드스타 라이선싱에 400건 이상의 특허를 이전한 것. 마이크론이 특허 수백 건을 특정 NPE에 이전한 건 2013년 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국내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PE 통한 우회 공격이 더 강해”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특허 소송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NPE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직접 소송 당사자가 되는 부담을 더는 동시에 상대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NPE는 합의금과 손해배상금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특성상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밖에 없다. 미미르IP가 소송 대상에 마이크론 고객사인 테슬라, 델, HP, 레노버까지 넣은 이유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델, HP와도 거래해야 하는 SK하이닉스는 이런 식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확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업 간 소송전도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 전략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6월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전문 자회사 IKT에 미국 반도체 특허 96건을 넘기고 ‘배타실시권’을 부여한 게 대표적이다. 배타실시권에는 특허침해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인텔과 TSMC, 마이크론이 잇따라 NPE에 특허를 옮긴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2022년 9월 NPE 다이달로스프라임을 통해 삼성전자와 TSMC 등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TSMC는 지난해 6월 50건이 넘는 미국 등록 특허를 어드밴스드매뉴팩처링이노베이션스에 이전했다.

중국도 글로벌 반도체 특허 전쟁 대열에 가세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는 지난해 11월 마이크론이 3차원(3D) 낸드플래시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YMTC가 직접 소송에 나선 것은 미국의 대중 제재로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의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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