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액, 日의 91.5% 수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 수출액, 日의 91.5% 수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의 연간 수출액 규모가 수출 강국 일본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2022년에는 일본 연간 수출액 대비 한국 연간 수출액 비율이 92%에 육박하며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비교조차 되지 않던 양국 수출액 격차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좁혀지는 추세다. 한국 수출의 대장 격인 반도체가 호황기에 접어드는 상황과 정체된 일본 수출액 현황을 감안하면 양국 격차는 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 국민소득(GNI)이 일본을 넘어선 데 이어 조만간 수출도 일본을 추월하는 거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17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수출액은 6835억8500만 달러로 일본(7468억3700만 달러)의 91.5%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액이 일본 수출액의 90% 수준을 넘어선 것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48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 정부가 매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할 때 집계하는 방식인 FOB(Free on Board·화물을 선적항에서 매수자에게 인도할 때 가격)로 양국을 비교해 본 결과다.
과거와 비교하면 격차가 대폭 줄어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인 48년만 해도 한국의 수출액은 일본 수출액의 7.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6·25 전쟁을 겪고 나서는 아예 비교조차 하기 힘든 수준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던 시기인 70년대부터 한국 수출액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일본 수출액의 50.4%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후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게 특징이다. 일본 수출액의 50% 수준에 도달하는 데 58년이 걸렸지만 90%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1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국의 수출 성적표 차이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일본의 수출액은 2011년에 8225억6000만 달러로 처음으로 8000억 달러를 넘었다. 다만 이후로는 6000억~7000억 달러대를 오가며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반면 한국 수출액은 2018년에 처음 60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21년부터는 3년 연속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5000억 달러대로 주저앉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수년 내 양국 수출액이 역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올해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며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힘입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액 목표치를 7000억 달러로 잡았다. 반면 일본은 주력인 자동차 산업에서 성능 조작 악재가 터지며 수출 전선에 암운이 드리웠다. 새롭게 떠오르는 주력 수출 산업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저 효과가 있다지만 자동차 산업 등이 부진하기 때문에 일본 수출이 밝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자동차와 소재·부품·장비가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조선·이차전지 등 수출 품목이 다변화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이 수출 규모를 늘리는 데 있어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