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었다면,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독점
미국이었다면,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독점
집권 여당이 국회 개원을 보이콧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임위원장이 여야 합의에 의해 배분되지 않았다는 게 명분이다. 여당과 합의되지 않은 모든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수백 건의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공언하고 있다. 국회를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총선 결과에 대해 사실상 불복하는 행태를 합리화하면서 미국 사례를 거론한다. 그렇다면 미국 의회는 과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이 활발할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회를 보이콧하기도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독재' 혹은 '의회독재'가 미국 의회에서는 제도적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의회 원 구성 차이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1988년 제13대 국회부터 개원(원 구성 포함)이 법 절차대로 제때 이루어진 적이 없다. 미국은 정반대다. 1789년 이후 118번의 의회 첫 회기가 법률이 정한 시한을 넘긴 적이 없다.
미국은 1787년 헌법에서 법률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12월 첫째 주 월요일을 의회 첫 회기일로 삼도록 규정했다. 의회 개원이 헌법적 의무 사항인 셈이다. 이후 1933년 헌법 제20조 수정안에 따라 홀수 연도 1월 3일을 상하원 모두의 의회 첫 회기일로 정했다. 현재의 제118대 의회도 지난해 1월 3일에 시작했다. 즉, 개원 시기는 여야 간 협상이나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사실 법으로 개원 시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5조 3항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15조는 그 첫 집회일에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제41조는 "첫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의원 임기 시작 10일 이내에 국회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그동안 국회가 법을 어겨 온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문제 삼는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서도 미국 의회에서는 여야 간 협상 없이 다수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상임위원장직을 독점한다. 이러한 제도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은 1910년의 '캐논 반란'이었다.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조셉 캐논은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임명하고 위원회 배분을 통제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품은 의원들의 반발로 의장의 이런 권한이 폐지되었다. 대신 다수당 의원총회에서 위원장과 위원을 선출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고, 다수당 독점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원칙은 1946년 '입법재조직법'을 통해 더욱 공고화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 하원에서는 다수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 후보를 지명하면 해당 위원회에서 공식 선출하고, 상원에서는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만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다. 하원과 마찬가지로 다수당의 운영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을 지명하면 그대로 통과된다.
실제로 2022년 11월 미국 의회 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9석 앞서며 다수당이 되고, 상원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2석 앞서며 다수당이 되어 각각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했다. 이처럼 미국 의회는 다수당 지배 구조가 확고한 체제라 할 수 있다. 제22대 한국 국회로 치면 더불어민주당이 당연직으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독점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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