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논란, DL이앤씨 신제품이 해법 될까[비즈니스 포커스]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논란, dl이앤씨 신제품이 해법 될까[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들어 첨단기술의 상징이자 ‘트렌드 세터’였던 전기차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을 갖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어느새 전기차에 은근한 미운털이 박히게 된 모양새다. 부족한 주차공간 내에서 충전기를 갖춘 전용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화재 위험의 온상이라는 선입견이 생겨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3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사고는 5년 만인 2023년 72건까지 늘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비례해 사고 역시 증가했지만 사고발생률은 0.013%로 내연기관 차량(0.016%)보다 낮다.

그러나 사고 자체에 대한 공포감은 더 큰 분위기다. 화재 발생 후 수시간이 지나 전소될 때까지 기존의 소화방식으로 불을 끌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전기차 화재는 통상 리튬이온배터리 내에서 음극과 양극 사이를 가르던 분리막이 손상돼 급속히 열화현상이 생기며 발생한다. 이로 인해 3초 만에 내부온도가 800~1000도까지 급등할 수 있으나 배터리 겉면이 강판인 보호셀로 둘러싸여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

이에 부산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신규 건축물에 대해 전기차 주차공간에 3면 방화벽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주변 차량으로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나머지 한쪽 벽을 차수판으로 막아 물을 채워 소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화재가 진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퍼지는 등 건물 전체에 피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상시 설치된 방화벽으로 인해 주차공간의 쾌적함이 떨어지고 시각적 사각지대가 발생해 입주민 안전, 보안 등에 불리해진다. 모던한 디자인과 보안을 강조하는 최근의 주거 트렌드를 거스르는 셈이다.

결국 한 대형 건설사가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인공은 DL이앤씨(옛 대림산업)다. DL이앤씨는 조선해양기자재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에 주목했다. 원래 선박용 컨테이너 화재를 진압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한 기술이 전기차에 쓰이게 된 것이다. 6월 26일 오전 DL이앤씨 본사(디타워 돈의문)에서 담당 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량 배터리에 구멍 내 화재진압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논란, dl이앤씨 신제품이 해법 될까[비즈니스 포커스]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논란, dl이앤씨 신제품이 해법 될까[비즈니스 포커스]

DL이앤씨가 조선해양기자재 업체 탱크테크(TANKTECH)와 협업해 탄생시킨 ‘전기차화재진압시스템(EV-DL)’ 제품은 차량 하부 배터리에 구멍을 뚫어 내부에 직접 물을 쏘는 진화 방식에 바탕을 둔다.

우선 탱크테크가 개발한 드릴 랜스(Drill Lance) 장비를 차량 밑으로 진입시켜 차량과 접하도록 인상시킨다. 이 장비에는 수도 호스가 연결되는데 물이 뿜어져 나오는 수압을 통해 드릴이 올라가고 커터가 회전한다. 이로 인해 배터리셀이 타공되면 그 안으로 물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실제 차량으로 실증한 결과 10분 만에 진화가 가능했다. 현재 이 장비는 배터리를 대량 보관하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에 설치돼 있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6월 소방방재기술산업전에 방문한 전태용 주택사업본부 주택기전팀 팀장이 우연히 발견하며 EV-DL로 재탄생하게 됐다. 주택기전팀은 DL이앤씨 시공 건축물의 기계 및 전기 관련 공사 예산편성, 기술개발 및 품질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로 공조나 전력, 소방 시스템도 주택기전팀 업무에 해당한다.

전태용 팀장은 “최근 전기차 화재 문제로 각 지자체나 방재본부에서 건물 내에서 소화 방법을 구현하게 하는 제안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표준화되거나 시설투자 비용 대비 효과가 검증된 방식은 없는 상태”라며 “전시회에서 탱크테크를 발견하고 효과적인 전기차 화재 진압 방식이라 생각해 건축물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탱크테크는 마침 기술을 적용할 곳을 찾고 있던 때에 지하주차장 설계와 건축법규 검토 노하우를 갖춘 DL이앤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DL이앤씨는 전기차 화재 대부분이 주차장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중에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드릴 랜스 장치를 건축물에 설치해 체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주택기전팀은 사내 D-IC실 소속 건축설계팀 등과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DL이앤씨와 탱크테크는 지난해 11월 공동기술개발협약을 체결한 뒤 12월 관련 기술 특허를 공동출원했다. 올 3월에는 실제 공동개발한 제품을 건축물 적용안대로 시연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개발한 제품 모델은 수동식(H), 이동식(M), 고정식(F) 세 가지다. 수동식은 말 그대로 드릴 랜스 장치를 사람이 직접 불이 난 차량까지 이동시켜 화재를 진압하는 모델이다. 화재 발생 즉시 지하주차장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상태에서 1m 이상 길이의 손잡이로 장치를 차량 밑에 위치시킬 수 있어 작업자에게 안전하다.

이동식은 전기차 주차시설 밑에 설치된 레일을 통해 드릴 랜스를 이동시켜 한 개 장치로 최대 차량 9대까지 진화가 가능하다. 주차장 벽에 설치된 패널을 통해 각 주차 칸에 설정된 번호를 입력하면 장치가 해당 칸까지 자동으로 이동한다. 고정식은 주차 칸마다 드릴 랜스를 설치하는 모델이다.

이동식과 고정식은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주차 칸에 세워진 차량에 활용되며, 수동식은 설치 반경 50m 내 어느 곳에 위치한 차량이든 사용이 가능하다. 제품 단가는 가장 저렴한 수동식이 1000만원 정도로 장치에 주수를 하기 위해 설치되는 수도배관 등 시스템 설치 비용을 반영해 세부적인 가격이 정해진다. 현재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나 소방서 등에 설치가 비교적 쉬운 수동식 제품만 판매됐다.

최완규 주택기전팀 부장은 “우리(DL이앤씨)가 준공한 현장이나 기업 사옥에 설치하는 용도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아직 ‘오더메이드’로 제작돼 단가가 높지만 수요가 늘어 양산하는 형태로 가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보다 상품 차별화 목적

현재 제품 판매는 탱크테크가 맡고 있다. DL이앤씨가 가져가는 수익는 수익성보다 자사 상품 차별화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 판매로 배분받는 수익은 낮지만 자사가 시공하는 건물에 우선권을 가지고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도시공사 발주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설치를 제안할 계획이다.

EV-DL은 입주민의 안전 측면뿐 아니라 지하주차장의 개방감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방화벽 등 기존에 설치되는 방재시설 대비 우세하다는 평가다. 제품 디자인 역시 D-IC실에서 건물 내부 디자인과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다음 과제는 해당 제품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등 현행법상 소방의무시설로 편입시키고 국가표준 인증을 받은 시설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 작동 시 스프링클러와 마찬가지로 소방용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면 추가로 비용과 자원이 투입되는 수도 배관공사 등이 필요없어진다. 또 이미 다 지어져 신규 배관설비 공사가 어려운 건물에도 기존에 설치된 소화전을 활용해 제품을 쓸 수 있다.

현재 DL이앤씨는 관할 소방서 및 재난본부 등을 초청해 기술시연회를 실시하고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여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는 등 EV-DL 제품의 설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최완규 부장은 “LH에서 주관해 발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이미 스프링클러가 있기 때문에 현재 설치되는 소방시설로도 옆차에 확산을 방지할 수 있으며 방화벽 설치는 과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건축설계팀 부장도 “EV-DL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으면 현재 지자체 기준인 3면 방화벽체를 없애자고 제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태용 팀장은 “특정 제품을 의무화하면 특혜 논란이 생기겠지만 전기차 화재진압 장치가 앞으로 의무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그때까지 EV-DL 같은 제품이 효과를 증명하면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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