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같은 풍경화…상상·현실의 경계 오가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에 나올 듯한 커다란 괴물이 하늘을 흡입하며 어딘가로 향한다. 괴물의 한쪽 다리는 영국 런던이 연상되는 마천루가 가득한 대도시를, 나머지 한 쪽 다리는 나선형 계단이 하늘 위로 솟아 구름 속에 파묻힌 세계를 딛고 있다.

저 멀리 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지구가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분명 지구는 아니다. 괴물은 커다란 건물 기둥 한 채를 뽑아 아기처럼 안아 들고 있다. 마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진 이 그림의 제목은 ‘교차로의 마법사’. 그림 속 괴물은 마법사, 괴물이 안고 있는 건물 기둥은 그림을 그린 작가 파토 보시치(Pato Bosich)의 스튜디오다. 스튜디오를 안고 있는 괴물, 즉 마법사는 예술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역할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색하고 주변 세계에서 창의적 영감을 끊임없이 찾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림 속 마법사가 곧 작가 자신인 셈이다.

마술같은 풍경화…상상·현실의 경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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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보시치의 ‘교차로의 마법사’. 사진 제공=선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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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보시치의 ‘히어로 인 노스 런던’. 사진 제공=선화랑

지난 1977년부터 인사동에서 활약하며 주목할 만한 국내 중견·원로 작가들의 기획전시를 열어온 선화랑에서 파토 보시치의 개인전을 연다. 8월 3일까지 한 달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선화랑에서 열리는 첫 번째 해외 작가의 전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소더비 인스티튜트 전 학장인 홍익대학교 이안 로버트 교수, 맥킨지와 소더비 출신의 미술 기획자 클레어 맥캐슬린-브라운 등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과 협업해 작가의 유화 22점과 드로잉 46점 등 총 65점을 엄선했다.

원 대표는 전시를 기획할 때 작가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파토 보시치의 전시에서도 선화랑은 작가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색채가 잘 담길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칠레 출신 작가는 18세에 칠레를 떠나 홀로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축적된 노마드적 삶을 살아왔다.

이 같은 삶의 방식은 작가의 예술 세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런던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등을 방문해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등의 유물 컬렉션을 감상하며, 이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상징적 주제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상상력과 모험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필수적 요소이면서 동시에 작업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마술같은 풍경화…상상·현실의 경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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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 선 파토 보시치. 사진=서지혜 기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예술가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2~3층 전시실에 걸린 2020~2023년 사이에 제작된 근작들은 미술사와 고대 전통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착을 잘 보여준다. 2층 전시실에 놓인 ‘히어로(Hero)’ 시리즈는 괴물처럼 생긴 거인이 현대적인 도시와 고대세계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 속 거인은 사실 작가 자신이며, 거인은 ‘영웅’이다. 작가는 작가는 자유로움과 이상에 대한 동경, 그것을 따라 끊임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 등을 ‘히어로’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다.

마술같은 풍경화…상상·현실의 경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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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보시치의 드로잉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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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보시치의 드로잉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3층에서는 작가의 자유로움의 절정이 드러나는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드로잉은 물감과 와인의 조합으로 제작됐다. 미술관에서 석상을 감상하며 드로잉하던 작가는 작품에 마시고 있던 와인을 흩뿌려 ‘와인이 물감을 흐트러지게 하는(Break) 과정’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시간이 지나며 와인은 증발해 색은 사라졌지만 군데군데 물감을 파괴한 흔적은 남는다.

작가는 “나에게는 유럽 전통의 모든 시대와 예술가가 현대적”이라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시대와 예술가들을 나의 서커스에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술같은 풍경화…상상·현실의 경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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