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명장’ 이호영 도예가 인터뷰

15년 걸려 2m짜리 평면자기 완성

항아리 작업도 나만의 색 만들어

달항아리만 팔리는 현실 안타까워

日처럼 새로운 걸 만들어야 발전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도예가 이호영이 경기도 이천 자신의 작업실에 세워진 2m 넘는 평면도자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기다란 굴뚝이 여러 개 우뚝 서 있다. 가마가 있는 도예가의 작업실이 분명하다.

경기도 이천 ‘명장’ 이호영 도예가(64)의 작업실엔 가마가 7개가 있다. 가스가마, 장작가마, 실험용가마 등이다. 작업실에 들어가니 눈에 들어온 건 각양각색의 도자기뿐만이 아니다. 식탁 상판 같은 길쭉한 도판이 벽에 줄지어 서 있다. “이게 도자기인가요?” 무심코 튀어나온 질문에 작가는 예상했다는 듯이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평면 자기죠. 도자기를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놀라요. 이렇게 크게 될 리가 없다고. 항아리 만드는 방식이 아닌 줄 알죠.”

하지만 제작기법은 고려청자, 백자 만드는 방법과 똑같다. 초벌하고 유약을 바르고 재벌을 한다. 문제는 구울 때 오징어가 뒤틀리며 줄듯이 자기(瓷器)가 15~20% 줄어드는 과정에서 깨진다는 것이다. “재벌까지 해서 버린 것만 25t 트럭으로 일곱차 분량이에요. 유약이 발라진 건 산업폐기물로 버려야 하거든요.”

그는 군 제대 후인 1985년부터 고려·조선 후기까지 유행했던 묘지석에서 힌트를 얻어 평면 자기에 도전장을 냈다. 크기 20cm에서 시작해 2m가 넘는 대작을 완성하는 데까지 꼬박 15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10개 만들어서 1개가 멀쩡하게 나왔는데 지금은 8~9개가 깨지지 않고 나와요.” 흙을 평면으로 뽑아내기 위해 압출·토출기를 직접 주문제작, 특허를 내기도 했다.

“청자는 바닷속에서 500년 있다가 나와도 빛깔을 잃지 않죠. 이 평면 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색깔이 변하지 않고 또 식탁으로 써보니 가장 위생적이기도 하더군요.”

고정관념을 깨는 대담한 도전 뒤에는 ‘똑같은 것은 하기 싫다’는 그의 기질과 ‘예술은 늘 새로워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흙을 만지며 가마터에서 놀고 자랐다. 선친은 이천에서 대규모 칠기가마 1호를 보유했던 도예 장인 이현승 씨다. 6·25 때도 가마터를 지키며 이천을 도예 공방 350개가 넘는 도자기 마을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흙 공장에서 흙을 가져오고 유약을 사 오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흙을 직접 배합해서 만들었죠. 도예는 무엇보다 흙과 불을 알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의 이름 앞에 ‘불의 작가’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커다란 작업실을 가로질러 자그마한 방에 발걸음을 옮기자 다양한 색의 항아리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검은색부터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 계통의 항아리들이다.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도예가 이호영이 푸른빛의 도자기를 들어 보이며 “이것은 물감이 아니라 불이 철을 만나 만들어진 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그는 푸른빛의 오묘한 도자기를 집어 들며 “물감이 낸 색이 아니라 철이 불을 만나 만들어진 색”이라며 “그야말로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불을 어떻게 때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요. 보통 도자기 하나에 한 가지 색이 나오지만, 이것 보세요. 검은색과 붉은색, 파란색이 다 나오지요. 불을 얼마큼 열고, 가두느냐에 따라 무한가지색을 만들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이었다.

“불을 알면 알수록 재미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희열을 줍니다. 생각한 그대로 나와도 뿌듯하고 예측을 벗어나면 또 벗어난 대로 복권 당첨되는 기분이에요. 불을 때놓고 잠을 못 잘 때도 많았어요. 마치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노름이나 마약과도 같달까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실험했지만 경제적 보상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벽화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남 남해 이순신순국공원에 세워진 200m 길이의 대형 도자기 벽화가 그의 작품이다. 평면 도자기 4000장 가까이 붙여 노량해전 전투를 그렸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돼 전시회를 열었다. 코로나 3년의 시간도 잃어버린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만드는 거에 미쳐서 살았는데 이제는 나의 작품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외국에 가서도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작품은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에선 평면 자기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다. 달항아리만 팔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40~50년대 만든 달항아리를 지금도 팔고 있어요. 멋지다고 해서 똑같은 걸 100장, 1만장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말하자면 예술이 아니라 모조품을 파는 거지요. 우리 도자 전통이 사양산업이 된 게 새로운 게 나오지 않아서 그래요. 일본처럼 새로운 것, 자기 작품을 만들어야 발전하지요.”

이천/이향휘 선임기자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도예가 이호영이 재벌까지 끝낸 백자 항아리에 백토(흙물)를 바르고 있다. 다시 구워 완성됐을 때 크랙을 내기 위한 새로운 작업이다. 김호영 기자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도예가 이호영이 초벌 자기의 울퉁불퉁한 면을 사포질하며 매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난 다음 유약을 바르고 재벌 작업을 한다. 김호영 기자

“흙과 불에 미쳐 산 60년...‘도자기는 둥근것’ 고정관념 깨고 싶었죠”

이호영도예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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