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중의 와인이야기] 마셔보면 프랑스 와인이 다가 아니다

프랑스만 고집하는 한국의 와인 소비 방식 답답해

실제 마셔 보면 이탈리아 와인 퍼포먼스 탁월

호주·미국 와인도 굿…‘와인=프랑스’는 편견일 뿐

[권은중의 와인이야기] 마셔보면 프랑스 와인이 다가 아니다

지난 10일 지인의 집에서 열린 양고기 바비큐 파티에 초대됐다. 이날 마신 와인 가운데 양고기와 가장 어울리는 와인은 가격이 고가인 프랑스 와인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이탈리아 바르베라였다. (사진=권은중 기자)

[블록미디어=권은중 전문기자] 우리나라 수입 와인이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프랑스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통계에서 프랑스 중심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와인 수입량이 역대 최대였을 때 수입국 1위는 프랑스였다. 액수 기준으로 35% 정도였다. 다음으로 미국이 2위였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와인은 와인 수입량이 역대 최대였던 2022년에도 수입량이 감소했다.

그런데 2023년에는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돌아서면서 와인의 수입량이 28.3%나 줄어들었다(코로나19로 집콕을 하다가 풍토병 수준의 엔데믹이 되면서 혼술 대신 사람들이 모임을 자주 갔다보니 와인의 수입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세계적 추세다).

이렇게 와인 수입량이 줄어드는데도 프랑스 와인만이 와인의 수입 규모를 그대로 유지했다. 저가 와인 비중이 높은 칠레 와인은 28.3%나 줄었다. 이탈리아 와인이 21.1%, 스페인 와인 역시 16.7% 감소했다. 프랑스와 함께 우리나라 와인시장에서 약진을 하던 미국도 지난해 수입량이 10.1% 줄었다. 좀더 들여다 보면 프랑스도 수입물량은 20%가 넘게 줄었지만 수입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고가의 프랑스 와인이 주로 수입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와인, 고가 와인의 수입 비중 높아

실제 많은 와인 모임을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와인 사랑은 프랑스에 쏠려 있다. 수입 비중은 30%쯤이라지만 모임에서 프랑스 와인이 차자히는 비중은 70%쯤이다. 그나마 나머지는 미국 와인이다.

그렇지만 프랑스 와인이 선택되는 기준은 맛보다는 폼인 것 같다. 프랑스 와인은 가성비가 낮은 편이다. 그리고 비싸다고 모두 맛있는 게 아니다. 특히 프랑스 와인의 양대축인 부르고뉴 레드와인은 한번 빠져들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드와인인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같은 와인은 2천만원을 호가 한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마실 수 있는 가격의 데일리와인으로 괜찮은 부르고뉴 와인’이라는 말을 ‘동그란 삼각형’이라는 모순적인 말처럼 들린다.

프랑스 와인 다음으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달리 맛과 향이 직선적이다. 아주 뚜렷하다. 프랑스 와인의 하늘하늘함과는 대비된다. 스페인 와인도 미국 와인과 비슷하다. 그래서 두 나라 와인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퍽 선호된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뚜렷함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와인 애호가들 가운데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렇다(하지만 불고기같은 단 한식 고기 요리를 먹을 때 스페인과 미국의 레드 와인은 발군의 퍼포몬스를 낸다). 이들은 미국 와인을 ‘농축된 잼’과 같다고 비판한다.

와인은 사람의 관계처럼 약간의 밀당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스페인 와인처럼 처음부터 강렬하면 격이 떨어진다. 레드뿐 아니라 화이트 와인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달라지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와인 마니아는 그런 변화를 즐긴다. 심지어 코르크를 딴 뒤 몇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절정을 들려주는 잘 만들어진 와인의 기승전결은 마치 한 편의 오페라나 영화를 감상한 듯한 감동을 준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 와인은 매력적이다. 특히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의 와인도 밀당의 귀재다. 바롤로나 산지오베제 포도 품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양조기술로 아주 단단한 와인을 빚는 덕분이다. 나름의 절제와 규율을 강조하는 아폴론적인 태도다. 하지만 태양이 좋은 이탈리아 와인의 본성은 디오니소스적이다.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과 향의 변화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이탈리아 와인은 사뭇 달라진다. 진한 베리 맛과 함께 온갖 향을 뿜어낸다. 끝내 절도를 잃지 않으려는 꽉 막힌 프랑스 고가 와인과는 다르다.

나의 이런 생각을 확인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이탈리아 2~5만원짜리 와인이 프랑스의 고가 와인을 따돌리고 함께 와인을 마신 지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프랑스 와인처럼 잘 만들어진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와인도 이탈리아 와인처럼 비슷하게 유쾌한 반란을 이끌어내는 다크 호스다.

[권은중의 와인이야기] 마셔보면 프랑스 와인이 다가 아니다

[권은중의 와인이야기] 마셔보면 프랑스 와인이 다가 아니다

지난 10일 파티에서 마신 와인들. 이 가운데 양고기와 가장 어울리는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포므롤 와인도, 아르헨티나 말벡도 아닌 이탈리아 바르베라였다. 포므롤 와인의 빈티지는 2007년, 바르베라 와인의 빈티지는 2020년이었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는 뜻이다. (사진=권은중 기자)

양고기 바베큐에서 바르베라가 주목받은 까닭

이번달 초였던 지난 10일 나는 한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다. 테라스에서 양고기 바베큐를 한다고 했다.

여러 명이 와인을 가져왔다. 양고기 바베큐를 앞에 두고는 프랑스 보르도, 아르헨티나 말벡, 이탈리아 바르베라 레드 와인을 마셨다. 신대륙인 아르헨티나 말벡의 진한 맛이 다른 와인들을 누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젤리카 자파타 말벡은 비비노 평점이 4.5점인 바베큐 와인의 강자다. 또 보르도의 우안 지역인 포모롤의 꽃과 베리 향도 기대했다. 보르도 우안은 점토가 많아 와인의 향이 우아한 것으로 정평이 있다. 가격 역시 이날 등장한 와인 가운데 가장 고가였다.

그렇지만 이날 가장 많은 사람을 매혹시킨 것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의 바르베라였다. 일단 진하면서 섬세했다. 심지어 바르베라는 같은 지역 바롤로나 바르베르스코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와인이었다. 또 영빈티지(2021년)였지만 맛도 향도 괜찮았다. 같이 마셨던 포모롤 와인이 샤토 캉틀로즈(Chateau Cantelauze) 2007년 빈티지였지만 이탈리아 바르베라가 가진 힘과 섬세함을 따라잡지 못했다. 가격차이는 10배 가까웠다.

모임이 끝나고 디저트 와인인 프랑스 소테른과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석자 7명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가장 비싼 포모롤 와인도 가장 진한 풍미의 말벡도, 바르베라라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 않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이 따돌린 것이다.

이렇게 모임 뒤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 사람들의 인상에 남은 와인은 가격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또 프랑스라고 무조건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와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보르도나 부르고뉴가 아니라 가격이 합리적이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품종까지 섞는 남부의 론지방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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