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며 사춘기 딸을 이해하게 됐네요
* 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며 사춘기 딸을 이해하게 됐네요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뭘 놓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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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에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수많은 감정들. 알 듯 모를 듯 우리들은 늘 여러 감정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때론 어떤 것이 진짜 내 감정인지 어떤 것이 진짜 내 모습인지 살아가며 주어지는 수많은 물음표에 해답을 찾으려 낯선 여행을 하기도 한다.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는 이 다섯 가지의 감정들과 더불어 익숙지 않은 낯선 감정들, 즉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한다.
극 중 라일리의 나이는 13살인데, 13살은 내게 아주 익숙한 나이다. 바로 올해 13살에 접어든 딸아이의 나이이기도 하다. 딸아이는 영화 속 라일리처럼 당황스러운 말을 한다든가 불안에 하거나 따분해하거나 하는 경우가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다. 아직까지도 엄마와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놀 친구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이다.
유명 하키 캠프에 가게 된 라일리가 차 안에서 엄마의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함께 가는 옆 친구들과는 신나 얘기하는 모습이 내겐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딸도 비슷하다. 엄마와 얘기하며 길을 걷다가도 길에서 친구와 만나게 되면 엄마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서운함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때론 화가 나기도 했다. 딸은 사춘기, 엄마는 갱년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자기 방에 들어갈 때 문을 닫지 않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들어갈 때 문을 꼭 닫기 시작했다. 전까지는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가끔 한 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건네며 말대답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섭섭하다고 해야 할지.
엄마가 사주는 옷이면 뭐든 좋아하며 입던 아이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원하는 옷만을 입으려고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수집하며, 엄마보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여긴다. 순간 엄마인 나는 섭섭하다.
어릴 적 그 즈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버랩되는 그림 하나, 딱 딸아이만 했을 때의 내 모습이었다. 맞벌이로 일하느라 바쁜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앞서 상처가 되는 말을 비수 꽂듯 쏟아냈던 나였다.
그때는 불만투성이였다. 가슴속에 항상 다이너마이트를 품고 있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불안정한 감정들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스스로도 몹시 당황스러웠고 싫었지만, 그땐 서운함이 한 발 앞섰다. 뭐든 서툰 시기,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어릴 적 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선배가 있는 유명 하키 캠프에 들어가게 된 영화 속 라일리. 하지만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에 마주한다. 친구들과 마지막 경기를 하게 된 라일리는, 이후 홀로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다.
'나도 모르겠어. 어른이 될수록 이렇게 기쁨을 덜 느끼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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