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고물가 시대, 다양해지는 ‘짠물 소비’
이마트의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 ‘이마트팜’ 화면 갈무리.
취업준비생 박모(24)씨는 요즘 앱테크(앱+재테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에는 앱테크로 3개월간 포인트를 모아 치킨을 사 먹었다. 발로소득은 걷기나 독서 등 일상에서의 다양한 챌린지를 완수하면 포인트를 주는 앱이다. 박씨는 “2만원짜리 치킨이지만 포인트를 모아 공짜로 먹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젊은 층의 ‘짠물 소비’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박씨 사례처럼 앱 게임에서 일정 임무를 완수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 요소 적용)’이 인기다.
짠물 소비를 지향하는 박씨는 게이미피케이션도 열심이다. 공동구매 앱 ‘올웨이즈’에서 출시한 게임 ‘올팜’도 즐겨 한다. 6개월 동안 온라인 앱에서 키운 감자 1㎏을 실제로 배송받았다. 앱테크가 현물로 들어오는 재미를 쏠쏠히 경험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유통업계에서 적극 활용된다. 이마트도 지난 5월 사이버 농사 게임 ‘이마트팜’을 출시했다. 이마트 앱 출석, 광고 보기, 리뷰 작성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 열매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최종 단계까지 가면 수확할 수 있는 황금열매로 이마트에서 실제 상품을 살 수 있다. 컬리도 지난해 가상의 테라스 속 화분에 작물을 키우는 게임 ‘마이컬리팜’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앱테크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는 ‘무지출 챌린지’ 베타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가 제공한 각종 자산정보인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카드사용내역을 기반으로 지출 내역이 없으면 다음 날 일정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일주일간 성공 시 보너스 포인트를 받는다. 보너스는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최근 선보인 ‘샐러드 게임’도 비슷한 자산관리 재테크 서비스다. 5일 동안 팀원 5명이 예산 이내로 소비하면 일정 금액을 상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팀 예산은 초기 25만원으로 설정된 후 각종 미션을 통해 54만원까지 늘릴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현금화 앱테크 ‘돈나무 키우기’ 서비스는 출시 3주 만에 이용자 수 60만명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앱테크 시장이 이미 포화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카카오는 혜택쌓기 서비스를 도입 1년 만에 종료했다. 관련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소비자를 앱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짠물 소비 트렌드는 통신비 감소 등으로도 확인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통신비 건당 금액 변화를 살펴보면 20대는 29.2%, 30대는 32.8%나 감소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계획 및 결산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격려하는 ‘라우드버짓팅(Loud Budgeting·시끄러운 예산관리)’이 유행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소비’ ‘계획’의 언급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다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