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지 않는 지방의원들, 그리고 지역언론

질문하지 않는 지방의원들, 그리고 지역언론

▲ 2022년 6월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 위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어느 야심한 밤이었다. 택시 라디오에서 지방의원의 막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기사는 룸미러로 내 눈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지방의회는 다 없어져야 한다고. 당연히 내가 공감하리라는 어투였다. 나는 이성을 겨우 부여잡았다. “네”라는 단답만 남긴 채 대화를 차단했다.

대다수 지역민 생각도 택시 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의원이 갑질을 했다, 성추행했다, 막말했다는 보도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어찌 달갑게 보일 수가 있겠나. 그럼에도 평소 지역신문 기자로서 지방의회는 꼭 필요하다고 항변하는 편이다.

이들이 제 역할 못하는 데는 지역언론이 제대로 감시를 못한 탓도 있다. 내가 나서서 지방의회를 욕하는 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나 다름없다. 지방의원이 행하는 갑질, 성추행, 막말은 그 내용이 자극적이라서 지역이 떠들썩할 만큼 큰 주목을 받는다. 때로는 전국 뉴스로 퍼지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한 김미나 시의원, 양산시의회 직원을 1년 넘게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태우 시의원 사례를 꼽을 수 있겠다. 두 말할 필요 없는 부정행위다. 엄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방의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는 진짜 적폐는 묻히기 십상이다.

“우리는 군민으로서 군수님을 존경한다.”

이달 초 경남 산청군의회에서 군의원이 군수에게 때아닌 달콤한 고백을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본회의장에서 최호림 더불어민주당 군의원이 군수 출석 요구안을 대표발의하자 일부 군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최 군의원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의원 사퇴하라”고 하자, 이영국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을 모독하지 말라”며 “우리는 군민으로서 군수님을 존경한다”는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그는 한술 더 떠서 “자기 방식으로 다 이야기합니다! 의원들 열심히 일합니다! 화합을 원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발언을 남긴 채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군민이 못 보는 곳에서 제각기 알음알음으로 일할 테니 괜히 ‘존경하는 군수님’을 곤란하게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데, 괜한 오해일까?

질문하지 않는 지방의원들, 그리고 지역언론

▲ 지난 6월20일 산청군의회 본회의장에서 298회 산청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렸다. 사진=산청군의회 홈페이지

군의회는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안건은 부결됐다. 보도 직후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군수를 감싸려고 스스로 질문할 권리를 걷어찬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산청군의회에서 무려 17년째 군수 군정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후속 보도를 보니 제 식구를 감쌀 생각조차 없이 그냥 관행처럼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듯하다.

통영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2022년 7월, 9대 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네 차례 시정질문에서 단 한 번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신철기 시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은 평소 수시로 시장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으며, (천 시장이) 애로와 건의를 잘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방식대로 일한다”는 이영국 산청군의원과 비슷한 해명이다.

경남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화성시민신문은 화성시의원들이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시장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산업폐기물매립장, 쓰레기 소각장, 습지 보호구역 관리 등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한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시정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헬로tv뉴스는 12일 여수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나선 의원은 고작 3명일뿐더러 질문 또한 현안을 비껴갔다고 보도했다. 여수시의원은 모두 26명이다.

한국 지방자치 제도 근간이 바로 ‘견제와 균형’이다. 주민들이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각각 선출하여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취하는 기관 대립형 구조다. 그런데 대립은커녕 “각자 알아서 잘하고 있다”거나 “군수님을 존경한다”면서 군정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문제는 매번 선거에서 특정 정당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내부 견제가 되지 않고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다만, 언론과 시민단체가 수시로 의회 회의를 방청하는 등 견제의 눈초리를 보내고, 언론 보도로 문제를 계속 지적하는 것은 뻔한 말이지만 너무나도 중요하다. 또 하나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시민단체에서 주로 하는 의정감시활동을 지방의회 안에 상설기구로 만들어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군정질문도 하지 않는 지방의회에서 이러한 조례가 통과되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지역민과 시민단체가 합심해 2022년 도입된 주민조례발안제를 활용해 관련입법을 하고 의회를 압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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