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서리치도록 보고 싶어"…삼풍참사 29주기 추모식[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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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꽃도 새벽이 오면 다시 피고, 먼 곳으로 날아갔던 철새들도 겨울이 오면 돌아오는데…몸서리치도록 보고 싶어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29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에 있는 삼풍참사 위령탑 앞에서 삼풍백화점 참사 29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추모식에 앞서 유족들은 서로 끌어안거나 손을 맞잡고, 또 손 편지를 전하며 온정을 나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지 29년. 서로가 있기에 버텼다.

502명의 희생자 이름이 빼곡히 적힌 반원 형태의 비석 앞에는 유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위령탑 비석 앞에 꽃바구니를 놓았다. '사랑하는 영석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현숙아 잘 내니?! 오빠가' '많이 보고 싶구나' 등 문구가 쓰여 있었다.

꽃바구니를 두고 내려온 박석원(32)씨는 말없이 비석을 바라봤다. 박씨는 5살에 어머니를 잃었다.

박씨는 "너무 어린 나이라 참사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가던 추억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잘 크고 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진모(56)씨는 여동생을 떠나보냈다. 다시 여동생의 나이는 26살이었다.

진씨는 "동생은 삼풍백화점 1층 카메라 파는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죽었다"며 "시신을 7일 만에 발견했다. 가족들이 다 매달려 서울 병원과 경기도 병원을 다 뒤져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2살 차이라 많이 싸우기도 했다. 오늘 오면서 느꼈는데 동생이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다"며 흐느꼈다.

유족들은 묵념하거나 눈물을 훔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된 가족을 추모했다.

손수건을 들고 있던 노년 여성은 비석 오른쪽의 이름 하나를 닦고 또 닦았다. 한동안 비석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꽃바구니를 내려두던 중년 여성은 한참을 흐느꼈다. 그는 "속상해서 울었다. 지난해는 비가 억수로 와서 눈물도 안 나왔는데 올해는 눈물이 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추모식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렸다.

김계명 삼풍백화점붕괴참사유족회 이사는 울먹거리며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는 "29년 전 오늘,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평상시와 다름없이 잘 다녀올게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날 그렇게 믿을 수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다고 회상했다.

천막 아래 앉아 추모사를 듣던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거나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비슷한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족은 추모 공연으로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이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씨는 추모시 '초록비 내리는 날'을 읊었다.

"톡 토독 톡톡톡 토독. 초록비 내리는 날. 아이야 내 손 잡고. 여읜 숲에 가자꾸나."

검은 옷을 입은 416합창단은 '그날처럼 오늘도'라는 추모곡을 불렀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20여명의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0분께 서울 서초구의 지상 5층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사건이다. 502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다쳤다. 한국 최악의 단일 인재 사고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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