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시되는 아티스트 보호

경시되는 아티스트 보호

걸그룹 시그니처의 지원. [시그니처 인스타그램]

인기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에서 걸그룹 시그니처의 지원을 향해 “몸매가 좋으니까” “(일본에서 성인물 배우로) 꼭 데뷔해라”는 발언이 나왔다. 일단, 진행자가 아닌 게스트가 한 말이기는 하다. 그런데 지원은 과거에도 이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워터밤’ 등을 언급하며 집착적일 정도로 몸매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 발언한 사람은 진행자인 탁재훈이었고, 이 대목은 해당 회차의 대표 이미지에도 적극 활용됐다.

논란이 일자 사과가 나왔다.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로, 지원과 소속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했으며 “탁재훈 씨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이다. 묘한 이야기다. 왜 내부인인 탁재훈에게 문건을 통해 공식 사과한 걸까. 외부인이자 1차 피해자인 지원에게 만나서 사과했다는 내용의 문서인데 말이다.

지원의 소속사인 C9엔터테인먼트도 입장을 냈다. 지원이 이 건에 대해 “어떠한 감정적 문제도 없으며”, 편집본을 사전에 공유 받았으나 “채널에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받아들였다고 한다. 글은 지원이 이 채널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제몫을 다하기를 고대”하고, “지원 역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달라고 한다. 역시나 묘하다. 이 황당한 장면은 지원이 이 채널에 ‘인턴 MC’라는 이름으로 고정 출연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임을 상기하면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노빠꾸탁재훈 측도 “새롭게 MC로 합류한 지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언급한다. “남성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제작해왔는데” “채널이 성장함에 따라” 책임이 커졌다고도 한다. 파급력이 커지지만 않았다면, 새로 들어온 출연자가 적응만 잘했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C9 입장문도 ‘성희롱 논란이 있는 발언’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성희롱 논란의 피해자가 되어 물의를 일으킨 인턴’에 관한 입장문이다.

회사의 성숙한 대처 필요

사과와 덕담이 오가기는 하는데 액면과 한 꺼풀 밑이 다르고, 아무튼 탁재훈은 존중받으며, 아무튼 지원을 잘 좀 봐달라고 한다. 어떤 일로 틀어져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상견례 자리를 보는 것만 같다. 예비 시아버지를 치켜세우며 예비 신부의 등을 두드리는 누구도 예비 신부를 배려하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앞으로 활동에서 모니터링과 아티스트 케어에 힘쓰겠다”는 흔한 말조차 없다.

그렇다. 거래처 ‘갑’과 잡음을 피하거나, 간판 상품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은 사업적 판단이다. 탁재훈 스스로 모든 걸 감수하고 가는 ‘노빠꾸’가 아니라, 그가 다치지 않도록 모두가 에워 싸주기 때문에 가능한 본인만의 ‘노빠꾸’라면 그것도 참 맥 빠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만 아티스트 처우만큼은 사업적이지 않다. C9 입장문에서는 “지원이가”라는 주어가 발견된다. 아이돌은 소속사의 아들딸이 아니다. 어느 기업의 공식 문건이 직원 혹은 파트너 이름을 사적인 친분 관계처럼 쓴단 말인가. 그가 업무상 피해를 당했을 때 “네가 잘해라”며 등만 다독거리고 있는 것도 그래서 놀랍지 않다. 대외로는 사업이지만 대내로는 사적인, ‘가족 같은 회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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