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선 ‘간이식 돈 안 된다’ 눈총… 美 오니 ‘헌신에 감사’ 엄지척”

[단독] “한국선 ‘간이식 돈 안 된다’ 눈총… 美 오니 ‘헌신에 감사’ 엄지척”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권준혁(왼쪽) 복강경 간(肝) 수술과 교수가 레지던트들에게 양(羊)의 간을 이용해 간 절제술을 가르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재직했던 권 교수는 2018년부터 미국 4대 병원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권준혁 교수

권준혁 교수는 25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은 전문가, 인재를 존중하고 대우해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간 이식 의사를 ‘이식 외과 의사(transplant surgeon)’로 소개한다. 생명을 다루는 외과 의사보다 한 단계 더 높여주면서 엄지를 치켜들거나 ‘당신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한다”며 “의사뿐만 아니라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미국으로 건너갔나.

“기업이나 조직 자체보다 인재, 전문가를 훨씬 더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난 미국 외과 전문의 자격증도 없다. 미국은 어느 분야든 특별한 기술을 갖춘 사람은 이런 것들을 다 건너뛰고 뽑아서 지원한다. 미국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이 많은 것도 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그런 분위기인가.

“그렇다. 한국에선 ‘적자 내는 과’라고 눈총을 많이 받았다. 지원도 잘 안 됐다. 여기 오니 병원에서 제일 먼저 ‘복강경 간 이식’ 수술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더라. 이러이러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10억원이 넘게 드는데도 단숨에 (예산을) 쏴주더라.”

-미국으로 가서 가장 달라진 점은.

“저녁 있는 삶이다(웃음). 한국에 있을 때 아내가 달력에 내가 밤 9시 전에 들어오면 파란색 동그라미, 이후 들어오면 초록색, 아예 안 들어오면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적이 있었다. 어느 달 달력을 보니 30개 중 20개가 빨강 동그라미더라. 아이들(1남 1녀)은 나한테 오지 않았다. 지금은 오후 5시에 퇴근해 같이 퍼즐 맞추고, 자전거도 함께 타니까 아빠 품에도 안기고 농담도 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나.

“한국에선 의사 3명이 간 이식 수술을 매년 130건씩 했다. 여기선 의사 8명이 매년 150건 정도를 한다. 한국에선 수가가 낮아 의사를 더 뽑을 수도 없었고 비싼 장비를 쓸 수도 없어서 밤샘 수술을 많이 했다.”

-장비는 무슨 말인가.

“간 이식은 뇌사 기증자가 나오면 바로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병원 대부분은 이 간에 피를 넣는 펌프를 쓴다. 그러면 간 상태가 유지가 돼서 다음 날 아침에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펌프를 한 번 사용하는 비용이 2000만~4000만원이다.”

-수가 인상이 핵심인가.

“작년에 한국의 보건복지부 고위 간부가 미국 한인 의사회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 간부에게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한국의 필수 의료는 붕괴된다. 수가를 10배 정도 파격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그 간부는 ‘외과 수가를 지금까지 올렸는데도 지원율은 올라가지 않았다’고 하더라. 장기간 20~30% 올리고 2000~3000% 인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의사 돈 더 달라는 얘기라는 비판이 있다.

“악의적인 프레임이다. 수가를 10배 올려도 그건 정부가 병원에 주는 돈이다. 의사 월급이 1억에서 10억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한국 필수과 의사들은 돈 벌려고 대형 병원에 있는 게 아니다. ‘돈 못 버는 과’라는 눈치 받지 않고, 의사·간호사 더 뽑아서 환자 살리는 일에 열중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와 이용자 문제인가.

“가령 한국의 정상 분만 수가는 100만원 정도다. 미국은 최소 2000만원이다. 분만엔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의사도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지만 분만을 할수록 손해를 본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분만을 하는 의사가 비양심적인가 아니면 가족 여행비보다 적은 돈을 내면서 이런 필수 의사들을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게 비양심적인가. 누가 필수 의료를 하려 하겠나.”

-건보 재정만으로 수가 인상이 될까.

“일단 경증 환자가 대형 병원 가고, 감기 기운만 있어도 병원 가는 걸 통제해야 한다. 건보 재정에서 감기 진료비로 나가는 돈이 한 해 2조원이다. 그다음에 건보료도 올리고 필요하다면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미국은 의료 소송이 잦나.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소송을 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의사에게 미필적 고의(결과를 예상하고도 방치)가 있는지를 보고, 그것이 불분명하면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소송 가도 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의정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투명성이 핵심이다. 정부와 의사가 만나 협의하되, 공개적으로 하거나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전공의들도 납득을 한다. 한국은 저력이 있다. 이렇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이번 의대 증원처럼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결정해 밀어붙이면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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