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은 원인 규명 원해… 특조위, 정쟁에 희생돼선 안 돼”

“유족은 원인 규명 원해… 특조위, 정쟁에 희생돼선 안 돼”

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 및 회원들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통과를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 통과를 기다려왔는데 갑자기 법안 통과가 결정돼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그는 결혼 날짜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참사를 당한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로, 1년 5개월 동안 유가족협의회를 이끌어왔다. 딸의 예비 남편과 지금도 매주 고인의 납골당을 찾는다고 한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태원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며 빗속에서 삼보일배를 했고, 오체투지도 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이 난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왜 우리가 길거리에서 정치인들에게 읍소해야 하는지 너무 억울했다. 자식 잃은 것도 억울한데 아스팔트 위를 기어다니면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정치권을 원망했다. 국민을 고행 속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왜 필요한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다. 지금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은 누가 죄를 지었느냐, 아니냐만 본다. 유가족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유족은 원인 규명 원해… 특조위, 정쟁에 희생돼선 안 돼”

한겨울의 오체투지 – 작년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앞쪽) 위원장과 관계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 오체투지는 사지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며 절하는 것을 말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551일 만인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재판을 통한 사고 원인 규명은 어렵다는 뜻인가.

“50분 동안 아이들이 죽어갔음에도 왜 대처를 안 했는지, 아이들이 왜 발가벗겨진 채로 길거리에 방치됐는지, 그 과정에 경찰 등 정부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희생자들의 죽음은 그저 ‘굉장히 안타까운 죽음’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 국정조사도 진행됐다.

“국정조사의 문제점들이 극렬하게 드러났다. 국정조사 기간 엉뚱한 일에만 시간을 다 까먹었다. 기대치보다 맥 빠지는 일이 많았고,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다”

-정부·여당의 책임도 있지 않나.

“이런 참사가 발생하면 실질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정부·여당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해소했어야 했다. 책임 있는 주무 장관이나 국무총리, 대통령이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길 바랐다.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희생자를 외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믿음을 가질 텐데, 참사를 철저히 외면하고 아예 없던 일로 바라봤다. 충분히 잘 마무리될 수 있는 일이 문제가 됐다. 유가족도 너무 힘들었다. 힘들고 아픈 국민의 손을 잡아줬으면 삶을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유족은 원인 규명 원해… 특조위, 정쟁에 희생돼선 안 돼”

그래픽=김성규

-특별조사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돼야 하나.

“위원들이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조사에 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지 또다시 거리로 갈지는 특조위가 내놓을 조사 결과에 달렸다.”

-특조위 권한이 기대보다 축소됐다고 생각하나.

“법안에 특조위의 압수수색·영장청구 의뢰 조항, 불송치된 사건에 대한 조사 조항이 빠지게 돼 아쉽다. 특별법 내용보다 중요한 건 여야(與野)가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를 통해 특조위 활동을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 쪽에서 협조만 되면 이 법안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법엔 ‘유가족 생활지원금’ 관련 내용도 담겼다.

“어떤 식으로 지급되는지 결정된 것도 없고 잘 알지 못한다. 지난 1월 정부가 유족들에게 배상과 보상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원인 규명이 우선이지 보상만 강조하면 진실 규명과는 더 멀어진다. 유족들은 배상·보상을 언급한 적이 없다. 이야기하는 것조차 화가 난다. 자식을 팔아서 뭐 한다느니 이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돈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다.”

-핼러윈 참사가 정치화됐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자식 잃은 사람들이 정쟁화로 뭘 얻을 수 있나. 정말, 진심으로 이 조사를 왜 하는 것인지 돌이켜봐달라. 특조위가 정쟁에 희생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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