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장 “파국 막아야…각 대학 총장 고심 끝 내린 결정”
부산대 총장 “임시방편에 불과…문제해결에 도움 될지 의문”
조용한 의대 강의실
(전국종합=연합뉴스)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한 것과 관련해 다른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19일 연합뉴스가 각 대학측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자율적 모집을 건의한 국립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은 이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긍정 평가했지만, 일부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 사립대를 중심으로한 일부 대학은 달라진 게 없다, 별도의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등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6개 대학 총장이 건의한 내용은 내년 입학 정원에 한해 증원 규모를 한 번만 감축해 선발한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안이 아니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대생 수업 복귀, 현장 의료 위기 같은 중차대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정 간 대화 기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문제는 해당 기구에서 근본적인 대화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부산대는 이번 건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다른 대학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달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 증원(142명→200명)이 단비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남대도 교육부에 증원을 건의할 때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등 제반 시설과 교수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의한 만큼 증원 규모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립대도 대부분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관망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는 증원 규모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의대생 사이 합의점이 생긴다면 증원 조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천안 순천향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기초의학연구소 인프라와 교원 등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증원된 정원의 감축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순천향대는 인프라와 교수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단국대 관계자도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정해진 학교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을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사항인데 아직 논의한 것이 없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개별 사립대가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며 “국립대 의견에 정부가 어떤 식으로 응답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대는 늘어난 정원을 반영하기 위한 학칙 개정에 착수해 정원 조정과 관련한 입장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한 의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증원 조정과 관련해 찬성·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 이미 대학별 증원 규모가 발표된 상황에서 언급하기도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인천지역 의대 관계자도 “당장 규모 조정 계획은 없지만 다른 대학과 정부 지침을 주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는 정부의 지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모집 요강을 확정할 수 있게 의정갈등이 봉합됐으면 한다”고 했다.
영남대 관계자는 “현재 배정받은 인원에 대해 양질의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도 의대생 모집과 관련해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논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림대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간부 회의를 해 6개 국립대 총장의 제안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와 연세대 미래캠퍼스 등 강원지역 다른 의과대학도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6개 국립대 총장은 정부에 증원 규모 감축 가능성을 건의한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생 수업 복귀가 급선무여서 건의를 하게 됐다”며 “정부와 의사단체·의대생 사이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6개 대학 총장의 건의는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일수 부족에 따른 의대생 유급, 내년도 신입생 모집과 입시요강 확정 등을 앞둔 상황에서 각 대학 총장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정부와 의사단체 양쪽에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도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길어지면서 교육 파행이 예상돼 국립대 차원에서 직접 조율하려고 건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총장도 충북대의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200명을 배정받으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50% 줄이는 것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현 천경환 박성제 강태현 전지혜 정찬욱 권준우 형민우 정경재 이강일)
‘아무도 없다’…조용한 의대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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