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사퇴, 차관 파면, 원점 재논의" 풀기 힘든 의사들의 협상조건

“의원 사퇴, 차관 파면, 원점 재논의” 풀기 힘든 의사들의 협상조건

의대 증원책을 두고 정부와 의사 집단의 대화가 끊긴 가운데, 여야와 정부가 새로운 대화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해온 의사들의 반응은 정작 싸늘하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책 원점 재논의’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파면’, ‘김윤 비례대표 당선인 의원직 사퇴’를,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을 기본 전제하에 만나서 대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에선 협의체 구성원이 누가 되든 어떤 대화도 힘들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제22대 국회에 입성할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당선인들과 당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료계·정당·정부로 구성한 ‘민·의·당·정 4자 협의체’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 과제가 정치적 계산과 이해득실에 이용돼선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제안을 수용하고, 의료계 역시 국민과 환자를 위해 사회적 협의체에 조건 없이 참여하는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봉에 선 김윤 비례대표 의원 당선인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대 교수로, 향후 15년간 4500명씩 총 6만 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의대 증원을 반대해온 대다수 의사로부터 날선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비공개 밀실에서 진행된 야합의 방식이 아니라, 공론화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결단해 2025년 의대 증원 규모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면 5월 말까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부, 의사, 환우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같은 국제기구 등으로 꾸린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를 꾸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대 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며 “범사회적 의료 개혁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미리 (의대 정원) 숫자를 정하지 말고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에 전권을 맡겨 언제, 어느 규모로 증원하는 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지 결론내려야 한다”라고도 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대화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일 의료개혁특위에 대해 “국민과 의료계, 전문가, 환자, 소비자단체, 정부(국무총리실·보건복지부 등)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국민 보건의료개혁 공론화 특위’ 구성을 새롭게 제안했다. 정부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제안에 야당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의협은 공론화 특위 참여에 난색을 보였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에서 공론화 특위를 만들 것 같다고, 그리고 김윤 비례대표 당선인이 그 특위를 이끌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김 당선인이 의원직 사퇴하면 참여를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의협은 의정 대화의 전제 조건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파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박민수 차관부터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회 협의체 구성 제안이 잇따랐지만, 의사들 사이에선 국회가 중재에 나서 전공의, 의대생, 의협, 의대 교수, 정부, 환자 등이 고루 들어가는 협의체를 꾸리되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어 원점에서 재논의해 숫자를 도출해야 한다”면서 “인구 추계, 진료량, 현재 의료제도를 유지할 것이냐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의대 증원 규모는) 굉장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를 한자리에 모아 함께 논의하고 중재 조정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대화·타협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정부가 이미 결정한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의협 등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을 듯”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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