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下), 일 못 한다”며 고함···아모레퍼시픽 괴롭힘 다수 인정

노동부,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다수 인정

노조 “피해자 보호조치·가해자 징계 촉구”

“당신은 하(下), 일 못 한다”며 고함···아모레퍼시픽 괴롭힘 다수 인정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제공

아모레퍼시픽 임원·관리자들이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하고 고함을 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31일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 말까지 방문판매 관련 사업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원 절반인 159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과 관리자들이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폭언·모욕 등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모레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노동부와 사측의 조사 결과 임원·관리자들의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났다. 팀장 A씨는 팀원에게 “(당신이) 일을 잘 하겠냐. 잘 해서 이 직무에 배치한 게 아니다” “몸값을 하지 못하면 계속 챌린지(업무결과 발표)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업무능력이) 하(下)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못 한다”며 70분간 고함을 치기도 했다.

상무 B씨와 팀장 C씨, 팀장 D씨가 팀원들에게 모욕적 발언·강압적 태도·폭언·강요 등을 한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부당하거나 과도한 업무 지시도 있었다. 팀장 C씨는 부하 직원에게 ‘재고를 한 달 이내로 소진하겠다’는 각서 작성을 요구했고, 팀장 D씨는 팀원에게 ‘1시간마다 어떤 업무를 했는지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아모레유니온은 “조직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으로 피해자들은 극도의 모멸감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겪으며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아야 했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노동부의 시정지도를 제대로 이행하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복구와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라”며 “2월 말로 예정된 징계위원회에서 가해 임원과 팀장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노동부 가이드에 따라 즉시 신고자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고 분리 조치를 위한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해자의 경우 인사위원회를 통해 엄중하게 징계 조치할 예정이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관리 감독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와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채연 기자 [email protected]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